해인사 "청동대불 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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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해인사가 세계최대 청동좌불(사진.조감도) 건립계획을 재검토하고, 일부 승려들에 의한 기물파손 행위에 대해 사과하는 참회성명을 발표키로 했다.

해인사의 입장을 대변해온 원철스님(해인지 편집장)은 4일 "대불(大佛) 건립에 대한 비판여론에 따라 불상의 규모 등을 조정키로 하고, 건축.환경관련 전문가들에게 '적절한 규모와 형태' 에 대해 자문했다" 고 밝혔다. 그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국민적 여론을 함께 수렴한 뒤 해인총림 내의 논의를 다시 모아 최종 마스터플랜을 확정 발표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인사 입구에 일반 신도들을 위한 신행공간을 만들고 스님들의 수행공간 환경을 낫게 하자는 취지인데, 그간 이런 취지보다 마스터 플랜의 일부인 '대불 건립' 만 부각되면서 오해가 적지 않았다" 고 해명한 뒤 "해인사는 수행환경 개선이라는 원래의 취지가 손상되지 않는 범위에서 대불 건립을 포함한 마스터 플랜을 얼마든지 재검토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인사가 계획했던 43m 높이 청동좌불의 크기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진다.

해인사는 또 대불 건립 시비와 관련, 일부 선방(禪房)승려가 지난달 18일 지리산 실상사로 찾아가 기물을 파손한 데 대해 실상사와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참회문' 을 5일 발표한다.

해인사는 선방 승려들 명의로 발표될 참회문에서 '안거기간 중 참선수행에 전념해야 할 수좌(首座)들이 수행처를 떠나 실상사 기물을 파손한 행위' 에 대해 실상사에 사과하며, '그간 불교계와 국민께 누를 끼친 데 대해 사과한다' 는 입장도 함께 밝힐 계획이다.

해인사는 또 이같은 참회의 마음을 다지기 위해 오는 21일부터 1주일간 해인사의 모든 승려가 참여하는 참회용맹정진(철야 참선.기도)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에 앞서 실상사측은 지난 3일 "그동안 해인사측에 요구했던 사과.징계 요구를 모두 철회하며, 기물을 파손한 스님들에 대해 가졌던 우리 스스로의 분노를 참회하기 위해 3주간 단식기도에 들어간다" 고 밝히고 "그 과정에서 불교계의 폭력근절을 위한 방안을 논의해 단식이 끝난 뒤 종정과 원로회의 등에 건의하겠다" 고 밝혔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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