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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풍경] 거여동 '모꼬지돌솥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밥이 보약' 이란 말이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거여역 인근에 있는 '모꼬지돌솥밥' 집은 이런 저런 뜻을 따지지 않고 곧이곧대로 '밥〓보약' 이란 등식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집의 주메뉴는 모꼬지돌솥밥(6천원). 새까만 곱돌솥이 식탁에 오르면 냄새부터 다르다. 쌀밥을 뜸들일 때 나는 고소하고 넉넉한 냄새와 잣.표고버섯.은행.밤 등이 어우러진 숲속의 향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계란 노른자가 예쁘게 놓인 밥 위에 양념장을 얹으면 뜨겁게 달궈진 솥 바닥에서 '지지지직'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하얀 김이 피어오른다. 이들 눈.코.귀를 자극하는 곱돌솥 안의 유혹은 먹는 이의 참을성을 시험하는 듯하다. 잃었던 식욕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하다.

한 입 씹을 때마다 각기 다른 재료의 독특한 맛이 느껴진다. 몸에 좋다는 온갖 재료가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내기도 한다.

밥만 먹어도 영양식으로 부족할 것이 없는 보약인 셈. 단지 보약과 다른 점은 쓴 맛이 없다는 것뿐이다.

밥도 밥이지만 주문하면 식탁에 가장 먼저 오르는 도라지 무침이 독특하다. 햇볕에 말린 도라지를 방망이로 두들겨 고추장 양념으로 무친 것. 더덕으로 착각할 정도로 입맛을 돋우는 전채(前菜)역할을 톡톡히 한다.

작은 석쇠에 담아 내는 것도 재미있다.

살얼음이 동동 뜬 붉은 색 물김치는 보는 순간 국수를 말아 먹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춧가루가 아닌 고춧물을 내 만들어 색깔이 맑다. 새콤하면서 시원해 콩나물 국과 더불어 뜨거운 돌솥밥의 입안 열기를 식히는 데 그만이다. 배추김치.상추무침.조개젓 등 다른 반찬도 흠잡을 것이 없을 만큼 정갈하다.

솥밥의 바닥이 보이면 다소 힘이 들더라도 간이 밴 누룽지를 박박 긁어서 챙겨야 한다. 양념장이 짜지 않아 바삭바삭 고소한 누룽지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 식탁의 물도 이곳에서 직접 숭늉을 만들어 여름엔 차게, 겨울엔 뜨겁게 낸다.

유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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