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기금 지원 여야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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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는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의 5일 전(22일) 국회 답변 내용을 놓고 시작부터 진통을 보였다.

당시 林장관은 통외통위에서 "남북협력기금 지원 문제는 현대와 관광공사가 아직 신청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정부 입장을 밝힐 수 없다. 자체 자금조달 노력을 지켜본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 고 말했었다.

그러나 통일부는 26일 "관광공사가 금강산 관광사업 자금조성을 위해 남북협력기금에서 9백억원을 대출해 줄 것을 신청했다" 고 밝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도대체 국회를 뭘로 보느냐. 사과받지 않고는 통일부의 보고를 받을 수 없다" 고 목청을 높였다.

김용갑(金容甲)의원은 "지난번 비료지원 때도 국회에서는 단 한마디도 없다가, 다음날 한나라당에 가서 보고를 하더니…" 라며 "국회가 통일부 들러리냐" 고 따졌다. 또 "현대아산과 관광공사가 수익금 배분문제 등 실무적인 논의는 하나도 해놓지 않고 무조건 돈만 갖다 쓰겠다는 것 아니냐" 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덕룡(金德龍)의원은 "지난 22일 林장관이 국회에서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정부 입장은 결정되지 않았다' 고 답변한 바로 다음날 현대아산에서 '자금은 관광공사가 조달하기로 합의됐다' 고 말했다" 며 "문제는 통일부의 국회에 대한 태도다.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보고부터 받고 문제가 있으면 지적을 해야지 왜 보고도 못하게 하느냐" 며 林장관에 대한 보호막을 쳤다.

林장관도 "야당의원들이 속기록도 안보고 말하고 있다. 내가 거짓말을 한다니 말도 안된다" 고 반박했다.

임채정(林采正).문희상(文喜相)의원은 "사과는 무슨 사과냐, 야당의원들이 요구하면 장관은 사과해야 하느냐" 며 회의진행을 요구했다. 결국 林장관은 보고도 못한 채 회의가 30분 만에 정회됐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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