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주부 우울증 극복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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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본격적인 장마철이다. 장마에는 습도가 높아져 수건부터 장판 바닥까지 손에 닿는 물건들이 눅눅해지기 일쑤다.

우기(雨期)에는 인체의 활동 에너지도 급격히 감소해 직장인은 업무능률이 떨어지고, 주부들 역시 집안 일에 의욕을 잃고, 짜증을 내거나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높은 습도 때문에 불쾌감이 더해지는 때인 만큼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려면 청소가 제일이다. 일산에 사는 주부 김영순(44)씨는 "장마에는 청소를 더 완벽하게 해야 짜증나는 기분을 피할 수 있다" 면서 "거실에 신문이 쌓이지 않도록 수시로 정돈하고, 주방에서도 가능하면 이것저것 쌓아 놓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고 말했다. 김씨는 또 "행주를 잘 삶아 말리고, 수저도 한번씩 소독하고, 욕실도 가족들이 샤워를 끝낸 다음에 마른 걸레로 물기를 닦아내면 보송보송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고 말한다.

주부 김준희(30)씨도 "장마 때는 집안을 아늑하게 하는데 신경쓴다" 면서 "실내 조명을 환하게 밝히고, 가끔 보일러를 가동시켜 습기를 제거한다" 고 말했다.

'청소파' 들과 달리 '외출' 로 기분전환을 시도하는 주부들도 있다. 이 경우에도 백화점파와 재래시장파로 나뉜다. 정옥선(45)씨는 "백화점은 장마철에는 오히려 사람이 적고 쾌적하면서도 시원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고 말한다.

반면 김은주(37)씨는 "추적추적 비를 맞고 도매 재래시장을 찾는 기분도 괜찮다" 며 "비오는 날 시장을 찾아 열심히 사는 상인들의 모습에서 기운도 얻고, 물건도 싸게 살 수 있어 좋다" 고 설명을 덧붙였다.

'낭만파' 들은 비 때문에 공연히 센티멘털해지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음악이나 친구들을 만나는 것으로 기분을 풀기도 한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주부 박복남(50)씨는 "이곳저곳 여행하면서 모인 사진들을 장마철에 다 정리한다" 면서 "빗소리를 들으며 여행지의 추억을 되살리다보면 더위도 잊고, 기분이 좋아진다" 고 말했다.

박재홍(45)주부는 "지난해 장마철에 여고시절 친구와 만나 경춘선을 타고 당일치기 여행을 했었다" 면서 "복잡하지도 않고, 돈도 안들고, 색다른 즐거음을 만끽한 추억을 살려 올해도 친구와 함께 하루 정도 다녀올 계획" 이라고 했다.

비가 오는 계절에는 음악과 술도 빠지지 않는다. 주부 최영진(29)씨는 "비 오는 날에는 예전에 좋아했던 비 관련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새롭다" 고 말하는가 하면 김준희씨는 "비 오는 날 저녁 남편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 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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