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천안함 한·미 공동 원인규명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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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 작업에 미국 등 국제적인 폭약·해양사고 전문가들의 참여를 공식 요청한 것은 바람직하다. 천안함 침몰은 이미 국제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함이 침몰된 우리의 문제이기에 단독으로 조사를 해도 누구도 시비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럴 역량도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워낙 엄중한 사건인 데다 의심의 눈초리가 북한을 향하고 있기에 외국 전문가의 참여가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특히 한반도 안보를 함께 책임지는 미국의 참여는 여러 측면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 제공자로 북한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남북 해군 사이에 여러 차례 교전이 벌어진 서해상에서 발생했기에 특히 그럴 것이다. 1200t급 규모의 군함이 순식간에 두 동강 났다는 점에서 북한의 군사적 공격 이외에 달리 무슨 원인이 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의심은 사건 수습과 원인 규명이 충분히 이뤄질 때까지 접어둬야 한다. 섣부른 의심에 몰두해선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자칫 우리나라의 국제적 신망이 추락할 위험성도 있다.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향후 추이에 대해 북한은 물론 중국·일본·미국 등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따라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원인규명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원인 규명 작업은 속도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했다. 답답하더라도 백번 맞는 말이다. 국제사회가 충분히 수긍할 만큼 신중하고 철저한 조사 끝에 원인과 가해자를 명백히 밝혀내야만 가장 유효 적절한 사후 대처를 준비할 수 있다.

해군 등 우리 내부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대대적인 점검과 수술이 필요할 것이다. 만에 하나 북한 공격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상응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정당한 방법에 따라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단호한 행동과 국민적 단합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아가 우리 힘만으론 대처가 어려울 수도 있다. 국제적 지지 여론을 확보해야 할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특히 사후 대처 과정에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다면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의 지지와 지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천안함 인양 작업과 원인 규명에서 "미국 정부는 최고 수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유사시에 한·미 공조 정신을 발휘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의 파장은 엄중하다. 우리의 안보 대비에 큰 구멍이 있음을 보여줬다. 정부와 군 당국은 초기 대응에 허둥댔고 준(準)전시상황의 재난 대처에 무능함을 드러냈다. 이제라도 침몰 선체를 신속히 인양해 실종자의 생사를 확인하고 유해를 최대한 수습함으로써 가족들과 국민의 슬픔을 진정시켜야 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중요한 것은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마땅한 대처 방안을 실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