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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이즈미 파워' 거품이 아니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80%를 웃도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내각의 지지율은 거품이 아니었다.

고이즈미의 인기는 24일의 도쿄(東京)도의회(1백27석) 선거에 고스란히 반영돼 집권 자민당의 승리를 끌어냈다. 집권 자민당은 55명을 출마시켜 53명을 당선시켰고, 득표율도 지난번(30.8%)보다 훨씬 올라간 36%를 기록했다. 지지율이 저공비행하던 모리 요시로(森喜朗)전 내각이 계속 집권했더라면 상상하기도 어려웠을 수치다.

투표용지에 고이즈미의 이름을 쓴 무효표가 속출한 데서 '고이즈미 효과' 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자민당이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 표의 25%를 흡수한 데서도(아사히신문 조사) 드러난다.

더구나 자민당은 그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던 도시지역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다음달의 참의원 선거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이즈미는 이번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당내 기반을 굳히면서 재정.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행정개혁 담당상이 선거 당일 일본 도로공단의 민영화를 비롯한 구조 개혁을 천명한 것은 여론을 내세워 당내 '수구파' 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개혁의 총론만 있을 뿐 각론이 없다고 비판해 온 제1야당 민주당은 '고이즈미 효과' 를 차단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득표율은 14%에 불과했고, 믿었던 무당파표에서도 자민당에 눌렸다.

공산당.사민당의 참패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 선거 때 26석을 얻었던 공산당은 11석을 잃었고, 사민당은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일본 유권자의 우경화 성향 때문이다.

반면 고이즈미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도쿄도지사는 이번 선거로 더욱 가까워져 우경화 정책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시하라 지사와 함께 한다' 는 내용의 선거 포스터를 사용했고 이시하라는 선거 결과에 대해 "고이즈미에 감사한다" 고 말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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