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제소" EU-일본과 연합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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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국 철강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부시 미 행정부와 수출국간의 힘겨운 분쟁이 시작됐다. 이번 분쟁은 앞으로 8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수출국들은 다양한 논리를 동원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부터 세계 철강산업의 구조조정과 보조금 협상을 논의할 다자간 협상(장소는 제네바 또는 파리)이 열린다. 이 협상테이블에서 미국과 철강수출국들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일정을 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가 곧 시작되고 오는 9월엔 ITC 주재로 각국 정부와 철강업체들의 의견을 듣는 청문회가 열린다. 품목별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는 내년 2월께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조사대상인 5백12개 품목은 미국의 수입 철강제품의 95%를 포괄하고 있는 만큼 수출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무역협정촉진권(일명 패스트트랙)을 확보하기 위해 의회에 잘 보여야 하는 부시 행정부가 의회를 통한 자국 철강업체들의 로비에 흔들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한국은 대미 철강수출액이 연간 10억달러에 이르는데, 주력 품목인 열연 및 냉연제품이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번 조사와 관련, 한국은 주요 철강 수출국인 유럽연합(EU).일본 등과 공조한다는 계획이다. 세이프가드가 품목별로 내려지기 때문에 이해를 같이 하는 품목을 놓고 관련국들은 공동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무역협회 등 국내 관련단체들도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철강협회 김성우 통상협력팀장은 "공청회 등을 통해 한국 업계의 입장을 ITC에 전달, '산업 무피해' 판정을 유도하는 한편 유사시엔 일본.EU와 세계무역기구(WTO) 공동제소 방안도 모색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철강협회는 이번 조사가 경쟁력을 잃은 미국 철강업계의 자체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도 강하기 때문에 미국이 철강수출국에 강도높은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값싼 수입철강을 많이 쓰는 미국 자동차.가전업계는 이번 조사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남중.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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