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골랐어요] 가슴 따뜻한 동요·동시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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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어린 시절에 어떤 노래 불렀는지 기억나는 지요?

제게는 어린 시절을 더듬듯이 가끔 꺼내 보는 사진집이 두권 있습니다. 하나는 『분교, 들꽃 피는 학교』(학고재)이고, 또 하나는 『강운구 마을 삼부작』(열화당)입니다.

『분교, 들꽃 피는 학교』는 점점 사라져 가는 분교를 찍었고, 『강운구 마을 삼부작』은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는 산골 마을의 30년 전 모습을 담고 있지요.

사진에 대해서는 아는 것 하나 없으나, 그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던 산골……' 노래부르는 기분으로 꺼내보곤 합니다. 벌써 사라졌고,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모습들을 담고 있는 이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아려옵니다.

아이들 세계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찾으라면 단연 으뜸인 것이 동시, 동요가 아닐까 합니다. 놀이와 노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인데, 놀 시간이 없다 보니 놀이와 함께 자연스레 부르던 노래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빈자리에는 아이들의 삶과는 아무 상관없는 대중가요가 차지해 버린 지 오래되었고, 교과서에 실린 동시가 숙제로 외우지 않는 한 아이들 입에서 흘러나오지 못하는 것도 도무지 아이들 삶을 표현해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진지하고 사랑 가득한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본 『이원수 시에 붙인 노래들』(보림), 『감자꽃』(창작과비평사), 『할아버지 요강』(보리), 『콩, 너는 죽었다』(실천문학사) 같은 동요.동시집이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 실린 동시들은 때묻지 않은 말로 아이들 삶을 그대로 표현했어요.

이런 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시인들이 아이들을 단순히 바라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거기서 함께 살았기 때문이겠죠.

제 아이들을 숨가쁜 도시말고 산골 마을 분교에서 학교를 다니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럭저럭 촌에 묻혀 살면서 두 아들을 낳고 키웠는데, 다시 도시로 오게되어 여간 아쉬운 게 아니예요.

어른들이 무관심한 사이에 분교도, 산골 마을도, 아이들 노래도 사라져만 가고 있으니 이 또한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아득한 기억처럼 남아 있는 흑백 사진을 바라보면서 아이들 노래라도 불러야지요.

"해가 지면 성둑에 부르는 소리, 놀러 나간 아이들 부르는 소리, 해가 지면 들판에 부르는 소리, 들에 나간 송아지 부르는 소리, 박꽃 핀 돌담 밑에 아기를 업고 고향 생각 집 생각.어머니 생각 부르는 소리마다 그립습니다. 귀에 재앵 들리는 어머니 소리(부르는 소리/이원수 시, 백창우 곡)"

허은순 애기똥풀의 집(http://pbooks.zzagn.net)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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