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시대 현장을 가다] 레이저 열응고 각막성형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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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모 기업체 부장인 K씨(40). 언제부터인지 신문이나 서류를 볼 때 초점이 맞지 않고 조금만 어두워도 잘 보이지 않았다.

돋보기 안경을 쓰자니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벌써 늙었나 하는 생각 때문에 우울하다.

K씨는 일찌감치 노안이 찾아온 대표적 케이스. 40대부터 나타나는 노안은 원근 조절을 담당하는 눈속의 수정체가 노화해 생기는 질환. 주로 먼 곳보다 가까운 곳을 볼 때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금까지 해결책은 돋보기 안경을 쓰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삼성서울병원.바로보기안과 등 국내 의료계에 레이저 열응고 각막성형술이 도입되면서 노안을 간편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

레이저 열응고 각막성형술이란 레이저 광선으로 각막을 응고시켜 굴절력을 높임으로써 가까이 있는 것을 잘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최대 5.75디옵터의 원시까지 교정이 가능하다. 지난해 6월 미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거쳤으며 미국에서만 1백50개 병원에서 시술 중이다.

각막 바깥 부위에 동심원을 그리며 2.8초 동안 원시의 심한 정도에 따라 미리 계산된 에너지량을 갖는 레이저 광선을 16군데 쏜다.

라식 등 근시교정용 레이저가 엑시머인데 비해 레이저 열응고 각막성형술은 파장이 긴 홀뮴야그 방식이다. 또 엑시머가 각막의 중심 부위를 깎는데 비해 홀뮴야그는 주변 부위를 군데군데 열로 응고시킨다.

시력에 영향을 덜 미치는 각막 주변 부위에 레이저 광선을 쏘게 되므로 안전성은 라식보다 낫다는 평을 받고 있다.

라식의 경우 각막의 두께가 얇으면 할 수 없는데 비해 레이저 열응고 각막성형술은 각막의 두께와 상관없이 시술이 가능하다.

지름 6㎜ 정도의 가벼운 화상 흔적이 남지만 서너달 후 모두 사라지며 4~5일이면 세수나 목욕도 가능하다. 입원은 필요없으며 시술시간은 20분 남짓.

라식은 환자가 누워서 시술을 받지만 레이저 열응고 각막성형술은 환자가 앉아서 시술받는다.

노안뿐 아니라 원시도 레이저 열응고 각막성형술의 대상이다. 원시란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지만 가까이 있는 것이 잘 보이지 않는 질환.

삼성서울병원 안과 김우중 교수팀은 최근 노안과 원시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노안교정용 레이저를 시술한 결과 모두에게 만족스런 시력교정 효과를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김교수는 "45세 이후의 노안, 40세 전후 양쪽 눈에 생긴 원시, 한쪽 눈에만 생긴 원시가 노안교정용 레이저의 주된 치료 대상"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젊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근시 교정을 위해 라식 시술을 받을 때 각막을 지나치게 깎아 원시가 생긴 경우라면 레이저 열응고 각막성형술로 원시를 교정해줄 수 있다.

가만히 있을 때 눈이 피로한 안정피로 및 사시를 동반한 젊은 연령층의 원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개 한쪽 눈에만 시행하며 이 경우 시술 후 양쪽 눈의 시력차이로 인한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시술 전 원시교정용 콘택트 렌즈를 착용케 함으로써 어지럼증 여부를 확인한다.

어지럼증이 심하다면 수술 대상에서 제외된다. 치료 비용은 1백50만~2백만원.

많지는 않지만 부작용도 따른다. 바로보기안과 최영미 원장은 "시술 후 가까운 거리는 잘 보이지만 먼 거리는 평균 두달까지 일시적으로 뿌옇게 보일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수록 노안은 진행되므로 시술 후 10년 정도 지나면 다시 받아야 하는 것도 흠. 심한 당뇨나 류머티스 관절염 등 염증이 악화하는 성인병이 있거나 치매 등 환자의 협조가 어려운 경우도 치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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