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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컬러풀 뷰티풀 원더풀…축구의 역사가 숨 쉰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60호 18면

컬러풀(colorful), 뷰티풀(beautiful), 원더풀(wonderful)….
이 사진을 보고 경탄의 소리를 내지르지 않는다면 감성지수를 좀 의심해볼 만하다. 도대체 무엇으로 이 다채로운 색감과 화려한 문양의 점묘화(點描畵)를 만들었을까.

30년간 4만8000점 자료 모은 이재형씨

사진의 배경은 축구역사자료 전문가 이재형(49)씨의 서울 보문동 아파트 거실이다. 세 면의 벽과 바닥을 온통 채우고 있는 건 이씨가 30년 동안 모아온 귀중한 축구 관련 자료들이다. 이씨는 사진 촬영 전날 밤을 꼬박 새우며 자료들을 분류하고, 배치하고, 붙이고, 걸었다. 그것도 모자라 촬영 당일 사진기자와 취재기자까지 달라붙어 그림을 완성시켰다. 축구공·유니폼·축구화·입장권·페넌트·팸플릿·머플러·기념메달…재털이·양주병에 심지어 축구공 모양 티슈까지. 숱한 사연과 애환을 안고 지구촌 방방곡곡을 맴돌다 이씨의 수중에 골인한 것들이다.

이날 공개된 물품은 100여 종에 4000여 점. 이씨가 갖고 있는 축구자료 4만8000여 점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축구 관련 열쇠고리만 3000점이 넘는데 이날은 꺼내놓지도 않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축구 자료를 수집한 사람은 5만 점을 갖고 있는 영국인이라고 한다. 이씨는 남아공월드컵이 열리는 올해 바짝 피치를 올려 5만 점을 돌파할 계획이다. 그리고 기네스북 축구 컬렉터(collector) 부문 등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올해 12월에는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결정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회가 열린다. 이씨는 월드컵 개최 후보지인 한국을 방문할 FIFA 실사단에게 이 자료들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이처럼 축구를 사랑합니다.”

그는 지나간 것들을 너무 쉽게 잊고, 부수고, 무시하는 대한민국이 안타깝다. “아무리 사소하고 흔해빠진 것도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됩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수집의 묘미죠.” 사진 오른쪽 앞에 있는 축구공이 2002 한·일 월드컵 홍명보의 4강 결정 볼이다. 이씨가 이집트까지 날아가 당시 한국-스페인 8강전 주심에게서 찾아온 ‘한국 축구의 보물’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 수집가가 되기까지 이씨는 30개국 이상을 훑었고, 1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희귀한 자료가 있다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고,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기어코 수중에 넣었죠.”
불광불급(不狂不及)-미쳐야 미친다.

글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사진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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