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입법 일방 처리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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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열린우리당 유재건(사진)의원은 4일 당의 '4대 입법' 정기국회 내 처리 방침에 대해 "연내에 처리할 법도 없고, (강행 처리가) 국민에게 좋은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 케이블TV에 출연, "한두달 늦춰져도 국민과 함께해야지 일방적인 것은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3선의 유 의원은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의 회장이다. 그는 당 지도부의 방침에 배치되는 이 같은 발언을 한 데 대해 "개혁은 국민과 보조를 맞춰가며 완만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나와 안개모 회원들의 평소 생각"이라며 "당내 공감대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회장 취임 후 나온 첫 공개 발언이라는 점에서 안개모의 향후 행보를 짐작하게 한다.

그는 안개모 태동의 계기가 됐던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에 대해 "당론으로 결정된 형법 보완안을 존중하겠다"면서도 "우리(안개모) 마음 속에는 대체입법을 염두에 두고 있고, 대체입법 보완(으로 당론이 변경될) 여지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안법 등의 여당 단독 통과는 절대로 안 되는 만큼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주장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해찬 총리의 발언에서 비롯된 국회 파행 사태에 대해 "총리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 내용이 매우 실망스러워 잘잘못에 대한 가치판단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이 총리가 사과하고 하루속히 국회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의원총회에선 "우리 당이 미국의 케리 후보를 지지했던 것으로 비쳐선 안 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케리를) 지지했다손 치더라도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당내 일부 386의원을 겨냥한 얘기다. 유 의원은 "부시가 된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다"며 "우리 행정부와 부시는 이미 교감을 한 상태라 일이 오히려 더 잘 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나 개혁 성향 의원들은 유 의원을 비롯한 안개모의 움직임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이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일사불란함은 공산주의이며 일사불란하지 않은 것이 우리 당의 특징이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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