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독 드 비트 프랑스 안시 페스티벌 단편 부문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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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매우 아름답고 감성적인 작품이 올 안시 페스티벌의 단편 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네덜란드 출신 애니메이터 마이클 두독 드 비트(48.사진)의 '아빠와 딸' . 떠나간 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딸이 소녀가 되고 여인이 되고 할머니가 돼서도 이별을 나눴던 장소를 계속 찾는다는 내용이다.

수채화처럼 맑은 풍경에 부정(父情)을 그리는 딸의 애틋한 마음이 오버랩된 수작이었다. 사실 그의 수상은 올초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았을 때부터 점쳐졌던 일이기도 했다.

1978년 영국 판햄 대학을 졸업한 두독 드 비트는 95년 '수도사와 물고기' 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는 등 각종 영화제 수상 경력이 화려한 작가다. '아빠와 딸' 에서도 슬라브 민요인 '다뉴브강' 을 썼듯이 음악과 영상의 뛰어난 조화가 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시상식 전날 인터뷰에서 "등장 인물에게 대사를 줘 어떤 특정한 성격을 부여하려 하기보다는 좀더 보편적으로 읽히게 하고 싶었다" 고 설명한 것처럼, 대사 없이 선율과 움직임만으로 작품을 풀어가는 게 특징이다.

그는 수상작 '아빠와 딸' 에 대해 "인간의 갈망과 이별.재결합 등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적인 주제로 아주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와 자식은 아주 강하고 감성적인 관계" 라며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지만, 부모를 잃는다는 두려움은 생래적으로 누구나 갖고 있는 것" 이라고 덧붙였다.

붓으로 흘린 듯 많은 부분이 절제된 그림체는 '여백의 미' 를 느끼게 한다. 그의 작업은 종이 위에 연필과 목탄으로 그린 뒤 색칠은 컴퓨터로 작업하는, 일종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 형식이다.

그는 "렘브란트 특유의 명암이나 중국 서예의 힘찬 글씨체에서 영감을 얻는다" 고 했다. 다음 작품 역시 서예의 이미지를 응용, '아빠와 딸' 보다 좀더 추상적인 작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최근 3D 작품이 늘어나는 경향에 대해 그는 "픽사 스튜디오처럼 3D로도 매우 환상적이고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대부분 인물이 움직인다는 사실에 너무 쉽게 만족하는 것 같다" 며 아쉬움을 표했다.

안시=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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