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유용 수협회장 약식기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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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상욱(鄭尙郁.51)전 수협중앙회장의 개인 비리를 2개월 이상 수사하면서 구속수사 방침을 밝혀온 검찰이 11일 벌금 1천5백만원에 약식기소(업무상 횡령 혐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鄭씨는 경남 거제수협 조합장으로 재직하던 1997년 당시 수협중앙회장이던 玉모씨의 해외여행 경비지원 명목으로 조합비 1만달러(당시 약 9백20여만원)를 빼내는 등 99년 11월까지 조합비 6천6백여만원을 접대비.유흥비 등으로 유용한 혐의다.

鄭씨는 95년부터 거제수협 조합장으로 재직하다 지난 1월 수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 검찰 수사〓서울지검 특수1부는 지난 4월 초 "鄭회장이 중국산 치어를 수입하면서 억대의 관세를 포탈하고 공금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 며 언론에 엠바고(보도유예)까지 요청한 뒤 鄭씨의 개인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당시 검찰에는 鄭회장의 비리혐의에 대한 투서가 접수됐었다.

검찰은 鄭씨 등 수협 실무자 20여명을 소환 조사한 끝에 鄭씨가 억대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밝혀내고 4월말께만 해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었다.

◇ 정치권의 구명운동〓수사팀 관계자는 "선처를 부탁하는 전화가 많아 일을 못할 지경이었다" 고 말했다. 또 해양수산부 전.현직 고위인사들도 청와대와 여권을 통해 "업무상 필요하니 수사를 중단해 줄 수 없느냐" 고 구명운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몇몇 검찰 고위간부들은 5월 중순까지도 "야당 중진 K의원이 전화를 걸어 '鄭회장이 물러나는 조건으로 수사를 중단할 수 없느냐' 고 부탁해왔지만 鄭회장 구속수사는 불가피하다" 고 장담해 왔다.

검찰은 鄭씨가 지난 9일 건강문제를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나자 이틀 만에 약식기소를 발표했다.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수뇌부가 경남 거제 출신인 鄭씨를 사법처리할 경우 '표적 수사' 라는 비난이 나올 가능성을 우려한 것과 정부 관련부처의 선처 부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검찰 해명〓검찰은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점▶鄭씨가 자진 사퇴한 점▶유용한 공금 전액을 변제키로 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수사관계자는 그러나 "사퇴를 조건으로 약식기소한 것 아니냐" 는 질문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대응이 주목된다.

박재현.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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