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가뭄 피해 가로수 10% 고사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회사원 최인수(38.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11일 출근길에 "가뭄이 남의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파트 단지 화단의 잔디가 모두 말라 죽고 흙 먼지만 풀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무도 죽지는 않았지만 생기를 잃었다.

모내기를 못하거나 식수가 없어 고생하는 지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서울에서도 가뭄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가로수가 죽어가고 있고 수돗물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타들어 가는 가로수=심은 지 1년이 안된 나무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올해 서울시가 심은 나무는 1백70여만그루며 지난해 심은 것까지 합치면 6백여만그루나 된다.

이 가운데 70%가 철쭉.개나리.쥐똥나무 등 물을 자주 줘야 하는 관목류여서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4~5%였던 고사율이 올해는 두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각 구청은 가로수 살리기에 비상이 걸렸다. 시가 가장 애를 쓰고 있는 곳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주변의 나무들이다. 시 직원들이 매일 상주하며 급수 작업을 하고 있다. 더 심해질 경우에는 소방차까지 동원할 계획이다.

또 각 구청과 공원 녹지관리사업소 등에서 차량 1백30여대, 인원 9백여명을 동원해 가로수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강북구는 대로변 상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기집 앞 가로수 물주기 운동' 을 벌이고 있다. 광진구는 소방차 2대를 동원해 아차산 등의 작은 묘목 등에 급수를 하고 있다.

◇ 수돗물 공급은 안심〓가뭄이 계속되고 무더위로 물 소비량이 늘자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서울 시내의 수돗물 급수에는 문제가 없으리란 전망이다.

서울시가 수돗물용으로 한강에서 물을 끌어오는 곳은 잠실수중보다. 그런데 잠실 수중보는 가뭄에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6m40㎝의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팔당댐에서 일정량의 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팔당댐 관계자는 "상류에서 유입되는 물의 양이 평소보다 70% 감소한 하루 1천3백만t 정도지만 서울시 급수용으로 하루에 필요한 수량은 3백40만t 정도" 라고 말했다. 팔당호에는 현재 2억4천만t이 저수돼 있고 유입되는 물의 양과 같은 양을 배출한다.

한강 수위 조절을 담당하는 건설교통부 관계자도 "팔당댐 상류의 충주댐과 소양강댐에서 방출량을 적절히 조절하고 있어 가뭄이 한달 이상 계속된다 해도 서울의 식수나 공업용수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 고 말했다.

김영훈.백성호 기자

사진=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