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서 본 가뭄현장] 경기 북부 먹을 물도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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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북 북부지역이 온통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헬기에서 내려다본 들녘과 하천은 사막 같았고 물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엔 빨갛고 파란 양수용 호스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산들은 가뭄 탓에 온통 거무튀튀한 빛을 띠고 있었다.

11일 낮 경북 의성군 단촌면 위천. 너비 1백여m의 강바닥이 파헤쳐져 마치 토목공사 현장과 같았다. 의성군의 젖줄 역할을 하는 강이 바짝 마르자 물길 찾는 작업이 한창이다. 농민들은 2~3m 깊이의 웅덩이에 고인 흙탕물을 양수기로 퍼올리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최근 넉달 동안 경북 중.북부 지역에는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다. 안동시 예안면 정산2리 속칭 오리실마을에는 4일째 관정뚫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암반층이 두꺼워 작업이 늦어지자 주민들이 초조해 하고 있다. 현재 이 지역 전체 논 6㏊ 가운데 1㏊만 모내기를 마쳤다.

식수난도 심각하다.

경북 영양군의 경우 식수원인 반변천이 말라붙자 지난달 말부터 하루 두시간씩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읍내 목욕탕 세곳은 아예 영업을 중단했고, 중앙초교는 학교급식이 되지 않는다. 이 학교 이홍범(52)교감은 "더운 날씨에 학생들이 제대로 몸을 씻을 수 없어 체육시간에 땀이 나는 운동은 시키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의성군 봉양면 등 북부지역 84개 마을 2만3천여가구는 하루 한번 소방차가 공급하는 물로 겨우 밥만 지어 먹을 정도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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