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율고 한 달 … 엇갈린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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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달 26일 오후 10시 자율형 사립고(자율고)인 서울 성동구 한양대사범대부속고 정문 앞. 자녀의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의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 학교 고1 노승희양은 문제집을 잔뜩 들고 정문을 나왔다. 그는 “이번 달에 모의고사 성적이 나왔는데 상위권 학생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수준이 상·하위권 격차가 크게 나는 일반고와는 딴판이라는 말이었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에게 일반고와의 차이점을 물어봤다. 그들은 “수업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자율고엔 중학교 내신 상위 50% 이상 학생들이 들어오다 보니 아무래도 공부하는 분위기가 잡혀 있다는 게 학부모들의 얘기였다.

이명박 정부가 공교육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도입을 확대 중인 자율고가 운영 한 달을 맞았다. 내년엔 30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지난 한 달간 입시 부정 파문에 시달린 자율고의 평가는 어떨까.

일단 학교 측 관계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서울 서초구 세화고 원유신 교감은 “입학 예정인 중학생을 졸업 전부터 모아 놓고 이른 아침부터 언어·수리·외국어영역을 집중 교육시켰다”며 “지난달 11일 치른 모의고사 결과에서 수리영역 1등급인 학생이 25%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다른 자율고 관계자들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심화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 예체능 특성화 수업 등은 일반고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 자율고엔 학부모들이 전학을 통해서라도 입학시키기 위해 몰리고 있다. 지난달 4일 서울 강북구 신일고에서는 전입학 추첨이 있었다. 전학 간 4명의 자리를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 무려 78명이 지원해 추첨했다. 다른 학교에선 공정한 추첨을 위해 학부모들이 안대를 끼고 탁구공을 뽑기도 했다.

반면 자율고가 일반고에 비해 등록금을 세 배가량 많이 받는데도 교육 과정에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녀가 H고에 재학 중인 한 학부모는 “일반고도 오후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시키고 보충수업까지 한다”며 “등록금을 높게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선행학습을 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강남의 한 자율고에 자녀를 보낸 한 학부모는 “시험을 자주 보고 수준별 반 배치로 끊임없이 경쟁시키기 때문에 아이가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자율고는 형편이 어려워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학부모는 “통학버스비로 학교 측이 1학기에만 50만원을 내라고 하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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