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역지도 바꿀 '중국 WTO 가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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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 확정되면 앞으로 새로운 세계 무역지도가 필요할 것 같다. 수출규모 9위.수입규모 10위(1999년 기준)지만 수년 내 껑충 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위협적인 확장세는 지난달 발표된 일본 정부의 통상백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중국의 WTO 가입은 세계 교역량의 증대로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 먼저 국내 시장을 개방하고 WTO 기준에 맞게 관세제도 등을 정비할 경우 외국 자본과 상품의 진출이 늘어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무역상대국에서 최혜국 대우를 받고, 개도국에 제공되는 일반특혜관세제도(GSP)의 혜택을 누릴 경우 수출증대라는 과실을 딸 것이다. WTO 가입조건을 충족하려면 중국은 현재 16.8%인 평균 관세율을 10% 이하로 낮추고, 수입수량제한.수출입허가제.수출보조금 등을 폐지해야 한다.

첨단 전기.전자제품의 경우 아예 관세를 없애야 한다. WTO 가입 2년 뒤부터는 중국 통신회사에 투자하는 외국인 지분율도 50%까지 허용해야 한다.

◇ 한국엔 이런 영향〓이같은 변화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연간 5억4천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제3국 시장에서는 의류.철강.가전제품.자동차부품 등을 놓고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져 우리의 수출이 약 8천만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도체.통신장비의 대 중국 수출이 늘어 결과적으로는 연간 4억6천만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게 한국은 대만에 이어 둘째로 큰 무역수지 적자국이다. 중국측 통계로는 무역적자 규모가 1백19억2천만달러에 달하며, 한국 통계로는 그 절반 수준인 56억6천만달러다. 따라서 중국이 앞으로 조정관세 인하와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한국에 압력을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 외자유치 더욱 늘듯〓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더욱 중국으로 몰려들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그만큼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동남아 국가들의 외국인투자 유치금액은 중국의 4분의1 수준이다. 중국의 WTO 가입이 확정되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싱가포르 등의 경우 대중국 수출 증가로 얻는 이득보다 외국인 투자 감소에 따른 손실이 더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농업부문 타협 내용 안 밝혀져〓미국과 중국은 그동안 농업부문의 개도국 지위 부여 문제로 대립해 왔는데 어느 선에서 타협을 했는지에 따라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다. 중국이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농업 부문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크게 줄여야 한다.

중국은 WTO 가입 관련 다자 회담에서 현재 농업 보조금 지급문제와 서비스(보험.은행.통신)부문의 시장개방 문제 등과 관련,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문제로 협상 중이나 이날 중국 대외경제무역합작부 스광성(石廣生)부장이 밝힌 미국과의 전면적인 인식의 일치가 어떤 부문에서의 일치를 말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낳고 있다.

◇ 연내 가입 완료될 듯〓중국은 이번 미국과의 합의를 계기로 오는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WTO 총회 이전에 나라별 가입 협상을 마무리지어 연내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룽지(朱鎔基)총리는 지난 3월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제4차 회의에서 "WTO 가입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방직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가 중국의 WTO 가입을 반대하는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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