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조종사 2명 야산으로 추락 탈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한계 탈출 고도(4천피트)를 얼마 앞두고 곤두박질하는 기체 앞으로 예천읍의 불빛이 보였죠. 언뜻 왼쪽을 보니 야산이 눈에 들어와 그쪽으로 기수를 필사적으로 돌렸습니다. "

지난 8일 밤 경북 안동 인근 야산으로 추락한 F-16D 전투기 조종사 이진욱(李眞旭)대위는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李대위는 이날 다른 전투기 1대와 함께 야간 폭격훈련을 위해 이륙한 직후 자신의 엔진이 돌연 멈추는 비상상황에 직면했다.

곧이어 동료기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비행기 뒤로 화염이 일고 있다" 고 전해왔다.

기체 뒷부분서 불기둥이 두세 차례 치솟는 가운데 李대위는 보조동력으로 재시동을 하려 했지만 불은 더욱 커져갔다.

당시 추락속도는 약 시속 4백㎞. 기체가 균형을 잃고 총알처럼 떨어지자 동료기와 관제탑에선 "탈출하라" 고 다급히 지시했다.

李대위가 2분여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정상화 노력을 했으나 탈출고도인 6천피트 상공에 도달해 기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순간 예천읍이 눈에 들어왔다.

필사적으로 기수를 돌리는데 마지막 몇초가 흐르자 한계 탈출고도에 도달했고, 야산임을 확인한 李대위와 후방석의 박주철(朴柱哲)대위는 그제서야 비상탈출 버튼을 눌렀다.

안성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