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국민이 한마음…휴일도 잊은 가뭄 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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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심은 마르지 않았다.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받는 농민을 돕기 위한 각계의 온정과 가뭄 극복 노력은 휴일과 밤낮이 따로 없었다.

휴일인 10일 전국 곳곳에서는 고사리 손에서부터 기업.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지원 행렬이 줄을 이었다. 농작물 피해가 극심한 경기.강원.충청.경북 북부 지역에서는 이날 민.관.군 4만7천여명이 농민 돕기에 나섰다.

◇ 일손 돕기=10일 오후 2시 충북 청원군 현도면 상삼리 오경균(43)씨의 담배밭. 낮 최고 기온 32도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 '청주.청원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과 청주소방서.충북석유 직원 등 50여명은 잎이 타들어가는 1천여평의 밭에 물을 주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인근 카스맥주 공장은 제품 생산을 위해 정수해 놓은 물까지 이날 급수 작전에 내놓았고, 자원봉사자들은 소방차.군부대 물탱크차.청소한 석유수송 차량 등 다섯대가 번갈아 길어오는 물을 소방차의 대형 노즐로 골고루 뿌렸다.

이날 오전 5시30분 민간인 통제구역인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용산리에선 거북 등처럼 갈라진 2천4백평의 논바닥에 레미콘 차량 75대가 쉴새없이 드나들며 물을 쏟아부었다. 이들은 동이 트기 전 서울에서 4백50t의 물을 싣고 한시간 이상을 달려온 삼표산업㈜ 소속 차량이었다.

강원도 홍천군 삼광레미콘.충남 한일레미콘.경북 예천군 한국레미콘 등도 영업을 중단한 채 50여대의 레미콘 차량을 동원해 농민들을 도왔다.

육군 전진부대 장병 1백여명이 천수답이 대부분인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일대에서 일주일째 삽과 곡괭이로 하천 물길 내기를 하는 등 이날 하루동안 2만4천여명의 군인이 물 찾기 작업을 했다.

이날 이근식 장관 등 행정자치부 직원 90여명이 군내면 백연리 통일촌에서 고추밭 물주기를 하는 등 각 지자체 공무원 1만여명도 휴일을 반납한 채 힘을 보탰다.

◇ 줄 잇는 온정〓방송국과 신문사.각 지자체 등에는 각계각층의 성금이 모이고 있다. 특히 성금을 낸 사람 중에는 살림이 넉넉지 않은 서민이 많으며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농민 돕기에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아 커다란 감동을 주고 있다.

충북 보은군 마로면의 영세 상인 10명은 이날 양수기 두대와 스프링클러 20개, 호스 8백m를 면사무소에 기탁했다. 朴모(62.충남 서산시 팔봉면)씨는 자신의 양어장 물을 인근 농가 1만2천여평의 논에 대줬다.

경북 영주시의 세개 분뇨처리 업체는 가뭄이 풀릴 때까지 분뇨차 9대를 자치단체에 지원하기로 했다.

경북도 새마을지도자회는 식수난을 겪는 영양군의 학교와 가정에 생수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다.

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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