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 濠 '사커루' 이유있는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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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3, 4위 시상식이 끝난 뒤 호주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한 채 껑충껑충 뛰었다.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 같았다. 호주 기자들은 선수.감독보다 더 흥분했다.

"우리가 세계 1, 2위를 다 꺾었다. "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FIFA 랭킹 68위에 불과, 당초 A조 최약체로 평가되던 호주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세계 축구계의 주목을 받는 팀으로 부각됐다.

멕시코를 2 - 0으로 꺾은 뒤 세계 1위 프랑스마저 1 - 0으로 눌렀을 때만 해도 호주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 프랑스가 여유를 부리느라 후보 선수들을 대거 내보낸 결과라고 치부했기 때문이다.

호주는 3, 4위전을 앞두고 주장인 폴 오콘을 비롯해 에머튼.머스캣.알로이시 등 주력 선수들이 모두 형제.친구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비록 2.5군이기는 하지만 베스트 멤버를 총 가동한 브라질마저 꺾고 3위에 올랐으니 단순히 '운이 좋아서' 라고 해석할 수 없게 됐다.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이었던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호주는 동독(0 - 2패)과 서독(0 - 3패)에 잇따라 진 뒤 칠레와 0 - 0으로 비겨 1무2패로 탈락했다. 그 이후 호주는 세계 축구계의 관심권에서 사라져 버렸다. 호주 감독.선수.기자들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호주에 축구 열기가 불 것" 이라고 한결같이 희망 섞인 관측을 했다.

호주는 현재 대표선수 대부분이 잉글랜드.네덜란드.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에서 뛰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쾌거로 정부와 국민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남미 5위를 꺾고 한.일 월드컵 본선에 진출,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장혜수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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