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재편…외국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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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해외 거대 통신회사들의 선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에게 국내 1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에 따라 국경을 넘은 인수.합병.지분투자 등 다양한 전략이 구사되고 있다.

가입자수 6천만명으로 세계 최대인 영국 보다폰은 영국뿐 아니라 미국.독일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시장에서는 브리티시텔레콤(BT)을 이미 따돌렸으며, 지난해 3월 독일 만네스만을 1천6백30억달러에 인수, 만네스만의 무선통신 자회사 D2를 통해 독일 1위로 떠올랐다.

미국에서는 벨애틀랜틱과 합작으로 베리존(보다폰 지분이 45%)을 차려 선두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내 3위인 J-폰 지분 19%를 추가로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이밖에 중동.아프리카 지역까지 포함해 28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에 맞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NTT도코모도 미국.유럽.아시아 지역 진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말 미국 AT&T와이어리스 지분 16%와 대만 KG텔레콤 지분 20%를 사들인데 이어 지난 1월에는 네덜란드 KPN모바일과 합작사를 차려 독일.벨기에.네덜란드 등에 i-모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도이체텔레콤의 T-모바일도 미국의 보이스스트림을 인수, 가입자 4천2백만명을 확보해 보다폰 추격에 나섰다. 이 밖에 3세대 이동통신의 과다 투자로 주춤하고 있지만 프랑스 텔레콤.KPN모바일도 시장확대를 위해 진력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철저하게 시장원리에 따라 몸집을 키운다. 미국.유럽연합(EU) 등은 반독점법이란 공정한 룰만을 제공할 뿐이다.

보다폰이 만네스만을 인수할 당시 만네스만이 보유한 오렌지 때문에 독점논란이 일었다. 오렌지는 영국의 무선통신 회사로 보다폰과 오렌지가 합치면 독점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오렌지는 프랑스텔레콤에 팔았다.

안보 등을 이유로 인수에 제재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 보이스스트림을 인수하기 위해 도이체텔레콤은 독일 정부 보유 지분을 60%에서 45%로 낮춰야 했다. 미국이 독일 정부가 대주주인 도이체텔레콤의 진출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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