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팝시장에 리앤 라임스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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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한국 팝시장에 리앤 라임스 돌풍이 일고 있다. 그가 주제곡 '캔트 파이트 더 문라이트' 등 주요 삽입곡들을 부른 미국 영화 '코요테 어글리' 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앨범과 6집 앨범 등 두 장의 앨범이 동시에 인기 차트 수위를 다투는 흔치 않은 기록을 만들고 있다.

◇ 리앤 라임스 돌풍〓미국에서 2백만장 이상 팔린 '코요테 어글리' OST는 국내에서 지금까지 12만장이 팔려 이미 더블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국내 팝 음반시장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일반적으로 판매량 6만장이 넘는 앨범을 플래티넘, 12만장이 넘을 경우 더블 플래티넘으로 인정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 전에는 보통 10만장을 플래티넘 앨범의 기준으로 삼았지만 외환 위기 이후 팝 음반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기준이 낮아졌다.

'코요테 어글리' OST는 현재 대중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KMTV가 선정하는 팝인기차트에 23주째 10위권 안에 머물고 있다. 지난 2월 이미 정상을 차지했다가 섹시 스타 제니퍼 로페즈.재닛 잭슨 등에 밀려 잠시 주춤하더니 지난주 다시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 앨범은 KMTV 차트 외에 대형 유통사 신나라가 발표하는 인기 차트 등 주요 차트들에서 모두 정상권에 올라 있다.

한 달 전 발매된 라임스의 6집 앨범 '아이 니드 유' 역시 팝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1백만장 이상 팔린 이 앨범은 국내에서 지금까지 3만장 넘게 판매됐으며 플래티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 리앤 라임스 누구인가〓올해 열아홉살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21).브리트니 스피어스(20)등 신세대 디바들 또래의 젊은 여가수다. 두 사람 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가수 경력은 훨씬 오래 됐다.

데뷔 앨범이 96년 내놓은 '블루' . 열다섯살 때 발표한 이 앨범은 미국에서 6백만장이 팔리면서 화제를 낳았고 이듬해 그래미 신인상을 수상했다.

라임스는 데뷔 이후 일반적으로 컨트리 가수로 분류됐는데 특히 데뷔 앨범 '블루' 는 전통적인 컨트리 음악의 색깔이 짙었다.

당시 평론가와 컨트리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열다섯살의 어린 소녀가 컨트리 음악을 이렇게 완숙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가" 라는 찬사를 받았다. 97년 '언체인드 멜로디' (국내 미발매)와 '유 라이트 업 마이 라이프' 를 내놨다. 특히 '유 라이트…' 에서는 데비 분의 동명 타이틀곡을 비롯해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 , 배트 미들러의 '로즈' 등을 훌륭하게 리메이크해 화제를 모으며 팝.컨트리.컨템포러리 크리스천 등 3개 부문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후 98년 '시팅 온 톱 오브 더 월드' , 99년 '리앤 라임스 컨트리 클래식' 등 국내에서는 미발매된 앨범을 냈으나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올해 국내 팬들에게도 선보인 '아이 니드 유' 는 라임스의 여섯 번째 독집 앨범이며, 이 앨범으로 데뷔 5년만에 한국팬들로부터 아길레라.스피어스 못지 않은 인기 여성 가수로 인정받게 된 셈이다. 최근에는 뮤지컬로도 활동 범위를 넓혀 '뮤직 인 하이 플레이스' 에 출연 중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팝스타의 자리에 올라 험난한 대중음악계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리앤 라임스는 부모.소속사.매니저 간의 갈등 속에 마음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성장사 때문인지 '아이 니드 유' 의 수익금 대부분을 미국 테네시주의 한 어린이 병원에 기증, 놀이동산을 만들도록 했다는 소식이다.

◇ 디바 자리 굳히나〓 '코요테 어글리' OST에는 '캔트…' 를 비롯해 라임스의 노래 네 곡이 들어있다. 이 노래들은 모두 토니 브랙스톤의 '언브레이크 마이 하트' , 셀린 디옹의 '비코스 유 러브 미' 등 인기곡을 만든 유명 작곡가 다이앤 워렌의 곡들로 모든 면에서 21세기형 '플래시 댄스' 라고 불러도 무방할 영화 '코요테 어글리' 에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두 영화는 모두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만들었다. 라임스는 영화 말미에 출연해 직접 '캔트…' 를 부르기도 했다.

외형적으로도 상당히 통통하던 몸매에서 섹시걸로 탈바꿈한 라임스가 컨트리 가수라는 장르적 한계에서 벗어나 아길레라.스피어스와 함께 국내 팝시장에서 3대 디바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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