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증시‘3월 꽃샘추위 장세보다 낫겠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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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믿는 건 외국인과 기업 실적, 꺼림칙한 건 경기 둔화 조짐-.

‘잔인한 4월’을 맞는 증시의 표정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다음 달 증시 전망을 물었더니 그래도 3월보다는 나을 것으로 보는 곳이 많았다. 슬금슬금 오르는 코스피 지수를 따라 전망치도 한 달 전에 비해 올라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증시는 눈치 볼 일이 많다는 경계가 덧붙는다. 악재와 호재가 뒤섞이면서 변덕스러운 봄 날씨 같은 장세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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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치는 1700 중반”=대부분의 증권사는 다음 달 코스피 지수 목표치가 1750 선 내외다. 3월 전망과 비교하면 100포인트가량 올라갔다. 하지만 이미 1700을 찍은 것을 감안하면 ‘눈높이’가 그리 높은 건 아니다. 더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탄력은 좀 줄 것이란 얘기다.

혼재된 악재와 호재 중 무엇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온도 차가 난다. 가장 큰 호재는 되살아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다. 유럽 재정위기 걱정, 출구전략 걱정이 좀 옅어지고 내성도 생기면서 글로벌 증시로 돈이 다시 기웃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은 29일까지 4조877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사상 최대치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도 본격적으로 주가에 반영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목표치를 비교적 높은 1780으로 잡은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전 세계에서 자금 팽창이 지속되고 있고 미국 소비도 회복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도 좋아질 것”이라고 그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증시 상승을 제한하는 걸림돌도 있다. 경기 회복세가 정점을 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대표적이다. 수면 아래에 남아 있는 잠재 악재도 많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언제든 돌출될 수 있고, 천안함 침몰사건의 여파도 어떻게 미칠지 아직 확신하기 이르다는 분석이다. 1730 선을 상단으로 본 한화증권 윤지호 투자분석팀장은 “경기 선행지수가 정점을 찍은 데다 최근 증시 상승의 동력이 내부보다는 외부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세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의 변수도 있다. SK증권 김준기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오르면 늘어나는 펀드 환매, 삼성생명이 청약에 들어가면서 생길 수급 부담 등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증권은 악재 완화가 상당 부분 현 주가에 반영됐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대신증권과 한양증권은 경기나 기업실적 증가세의 둔화가 증시의 상승탄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HMC투자증권은 원화 강세가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견해를 내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은 “지정학적 위험요인 등으로 지수가 변동할 수 있지만 단기에 그치고 미국 경기지표 개선과 우리 증시 내부에서의 투자 매력 부각이 맞물려 지수가 추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IT·자동차가 핵심”=외국인 주도 장세이니 외국인이 관심을 갖는 종목이나 업종이 가장 유망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이 추천한 종목이나 업종도 마찬가지다.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대형주, 특히 정보기술(IT)과 자동차가 그 핵심이다. 종목으로는 삼성전자와 기아차가 특히 많이 꼽혔다. 윤지호 팀장은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LCD 가격이 강세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되고 기아차는 ‘신차 효과’로 1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지난해 부진했던 해운·기계·건설주도 올 들어 업황이 좋아지고 있어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해운·두산인프라코어·현대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 회복세에 맞춰 현대백화점·신세계 등 유통주 등을 추천하는 빈도도 부쩍 높아졌다.

호텔신라·아모레퍼시픽·CJ제일제당도 유망 종목에 포함됐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상반기도 지난해처럼 재정 지출이 늘어난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지난해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주가가 부진한 소매업종이나 금융업종 등을 주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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