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10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특집

중앙일보

입력


심장을 울리는 흥겨운 음악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지난 26일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 오전부터 디자이너·모델·프레스·바이어·셀러브리티들이 모여들었다. ‘패션축제’를 즐기려는 관람객과 패션학도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2010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의 막이 올랐다.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그래픽=장미혜 >


이번 서울패션위크를 보고 있노라면 ‘글로벌’이란 말이 실감난다. 먼저 해외 프레스와 바이어들의 수가 예전과 사뭇 다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파리의 패션 편집매장 ‘레끌레르’의 책임 바이어가 참석했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에디터가 방문했다. 최근 두 시즌 동안 연이어 서울을 찾은 패션 저널리스트 다이앤 퍼넷도 한국 패션에 갖는 관심이 크다. 초청된 해외 프레스가 30여 명, 바이어가 100여 명이다.

디자이너들의 글로벌 진출도 한몫한다. 신진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인 ‘제너레이션 넥스트’에 참가한 디자이너 김선호·박정은은 “프랑스에서 한국 디자이너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파리의 유명 페어(박람회) 중 하나인 남성복 페어 ‘랑데부 옴므’에 2009년 6월과 2010년 1월 자신들의 브랜드 ‘그라운드웨이브’로 참가했다. 한국 브랜드로서는 유일했다. “파리의 유명 매장에서 나온 바이어들이 디자이너 우영미와 정욱준의 브랜드 ‘준지’를 알고 있더군요. 한 바이어는 서울패션위크에 초청 받고 싶다며 ‘당신들이 추천하면 갈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어요.”

해외 유명 패션 페어는 세계 패션의 흐름이 형성되는 자리다. 페어 현장에서 판매가 이루어지기도 해 신인이 이름을 알리기에 좋은 기회다. 해외 페어의 경우 바이어들은 브랜드 인지도에 관한 선입견을 갖지 않고 제품의 질을 위주로 보기 때문이다. 파리 컬렉션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 정욱준은 “재능 있는 후배들이 다양한 페어에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전에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첫째 조건은 무조건 실력입니다. 관심을 끌지 못하면 그 다음은 없습니다. 후배들에게 실력을 쌓은 후 해외에 나가라고 조언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페어 및 컬렉션의 참여 경험이 중요하다. 서울패션위크도 글로벌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자 기회가 된다.

또한 정욱준은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공동 작업)도 디자이너를 글로벌화 시키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준지’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스피도와 영국 SPA 브랜드 탑숍·탑맨과 함께 작업해 제품을 출시했다. 올 10월에는 매년 가장 주목받는 6명의 디자이너가 조향사와 짝을 이뤄 향수 를 만드는 ‘식스 센츠(Six scents)’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그러나 한 두번의 해외 페어 참가만으로는 결과를 알 수 없다. 유명 패션 페어인 피렌체 ‘피티 워모’와 파리 ‘트라노이 옴므’에 참가해온 브랜드 ‘재희신’의 디자이너 신재희는 “3~4번은 꾸준히 발을 들여놓아야 바이어와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며 “1~2번만에 포기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티가 상업적인 브랜드의 전시라면, 트라노이는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이 몰리는 수준 높은 전시입니다. 바이어들은 옷을 충분히 본 후 계약을 하기 때문에 페어에 꾸준히 참가하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트라노이는 세계 패션 페어 중 마지막에 열리기 때문에 피티에서 옷을 보고 트라노이에서 주문하는 일이 많습니다. 올해는 욕심을 버리고 피티 워모에만 참석했지만, 그동안 쌓아놓은 인지도 덕분에 예전보다 많은 양을 수주했어요.”

페어가 바이어에게 디자인을 선보이는 자리라면 컬렉션은 이른바 자리를 잡은 디자이너의 무대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페어의 경험은 꼭 필요하다”며 “하지만 컬렉션은 국내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고 인정을 받은 후 진출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리 컬렉션과 페어에 15년 이상 참석해오고 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 ‘글로벌’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것은 심사를 거친 10명의 디자이너에게 파리 트라노이 진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참가 경쟁률(3.3대 1)이 이전(2대 1)보다 높아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심사는 현지의 PR·쇼룸·프레스·바이어 등이 한다. 기성디자이너는 물론이고, 신인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런던 ‘브라운(Browns)’사의 바이어 겸 프로젝트 매니저 메이 청은 “파리에서 만난 한국 디자이너들을 통해 한국의 디자인이 발전하고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트라노이는 바이어나 프레스라면 꼭 가보는 페어”라며 “그에 못잖게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에 와서 디자이너를 알아보게끔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오늘로 패션위크는 5일째에 접어들었다. 이제 이틀 뒤면 10명의 후보자가 발표된다.

[사진설명]사진은 파리컬렉션에서 꾸준히 활동 중인 디자이너 이상봉(왼쪽)과 디자이너 정욱준의 컬렉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