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은 '신 주홍글씨'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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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위험 : 이곳에 성범죄자 살고 있음' .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는 이같은 경고문이 붙은 집들이 생겨났다.

주법원의 매뉴엘 베널스 판사가 지난 18일 보호관찰 중인 성범죄자 중에서 이른바 '재범 우려 대상자' 로 14명을 골라 가로 60㎝ 세로 45㎝의 경고문을 손수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는 '위험 : 이 차 안에 성범죄자 타고 있음' 이라는 스티커를 나눠주며 차량의 범퍼에 붙이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1994년 뉴저지주에서 메건이라는 7살 소녀가 이웃의 성범죄자에게 성폭행 당해 숨진 사건을 계기로 대부분의 주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원하는 주민에게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집과 차량에 이처럼 '꼬리표' 를 달도록 한 것은 전례가 없었다.

판사는 "빈민층에서는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웃에 성범죄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며 자신을 옹호했다. 그러나 네스토 구에티레즈라는 57세의 '우범자' 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시도했으며, 몇명은 직장에서 쫓겨났다. 가족들도 이웃에게 따돌림당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범죄자에게 인권이 있음은 물론이며, 성범죄자들이 궁지에 몰려 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고 법원을 비난했으며, 14명의 당사자들은 항소법원에 소송을 낼 예정이다.

미국 언론들은 베널스 판사에게 여주인공 헤스터에게 평생 낙인을 찍었던 '주홍글씨' 의 잔인한 전통을 되살리려는 것인지, 아니면 주민들의 인기를 얻으려고 이런 엉뚱한 조치를 내린 것인지를 묻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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