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1년 앞으로] 시민의식 아직 멀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식이 아쉽다.

월드컵을 꼭 1년 앞둔 30일 '프레 월드컵' 인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 개막에 맞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실시된 '월드컵 D-1년 실제연습' 결과는 낙제점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기 오염을 줄이고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이날 실시된 자동차 짝홀운행제의 경우 서울은 참여율이 73.7%로 비교적 높았으나 인천.경기.대구 등은 30%대에 불과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개막 경기가 열린 대구 월드컵경기장은 곳곳에 쓰레기가 넘치고 경기가 끝난 뒤 한꺼번에 몰려나온 시민들이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바람에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지는 등 무질서가 여전했다.

이런 모습대로라면 내년 우리나라를 찾을 외국 관광객들과 대회 관계자들에게 '어글리 코리아' 라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커 당국의 적절한 대책과 시민들의 참여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 자동차 짝홀제=30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공영주차장. 주차된 차량 31대 중 15대가 짝수 번호였다. 주차하러 온 崔모(상업)씨는 "짝홀수 운행 사실을 몰랐다" 며 "월드컵은 어차피 경기장에서 하는 건데 꼭 차량운행을 제한해야 하는거냐" 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본사 취재팀이 점검한 결과 이날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앞 도로의 차량도 짝수번호가 3백여대로 홀수 2백여대보다 많았다.

이날 서울 시민들의 짝홀제 참여율은 지난해 10월 강제 실시된 아셈회의 기간 때(93.4%)보다 20%포인트 낮았다.

오존농도를 낮추기 위해 실시한 '낮시간대 주유 금지' 도 취재팀이 확인한 서울 시내 30개 주유소 중 지키는 곳이 한곳도 없었다.

◇ 경기장 무질서=이날 오후 대구 월드컵 경기장 곳곳에는 먹다 남은 음식 등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쓰레기통이 넘치자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비닐봉투를 나눠주던 홍보요원 金모(31)씨는 "시민들이 해도 너무한다" 며 "이런 상태로 어떻게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겠느냐" 고 아쉬워했다.

화장실도 시민들이 버린 꽁초.휴지 등이 뒤벅벅돼 악취가 진동했다.

그러나 경기장 내 술 반입을 막고 보안을 위해 실시한 경찰의 검색과 경기 직후 셔틀버스 승차 질서는 비교적 잘 지켜졌다.

◇ 훌리건 진압훈련 차질=지난 24일 발족한 서울지방경찰청 훌리건 전담부대(9백60명)도 주민들이 시끄럽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훈련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창신지구대의 경우 인근 주민 1천7백여명이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에 진정서를 내고 부대 이전까지 요구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뚝섬 둔치 등으로 원정까지 가 훈련을 하고 있지만 이동시간도 길고 일반인 출입도 통제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고 말했다.

황선윤.김영훈.전진배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