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들 신입생 모집 학과제로 'U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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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립대인 강원대는 1999학년도부터 여러 학과를 묶어 광역화했던 모집단위를 2002학년도부터 세분화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국어국문.영어영문학과군을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과 등으로 쪼개는 것이다.

충남대는 기존의 기초과학부를 수학.정보통계학부 등 5개로 쪼개도록 허용해 달라고 교육인적자원부에 최근 요구했다.

97학년도부터 교육 수요자의 전공 선택폭 확대 등을 이유로 모집단위 광역화를 추진해 왔던 국립대가 다시 세분화로 U턴을 모색 중이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2002학년도 국립대의 정원조정 신청 집계결과 7개 국립대가 이미 광역화한 모집단위를 세분화하겠다는 내용의 학부 조정 신청을 했다.

반대로 모집단위 광역화를 신청한 국립대는 경북대.부경대.서울대.전남대 등 4곳이다.

현재 국립대 인문.자연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학부제와 모집단위 광역화는 결과적으로 기초학문 죽이기" 란 주장이 거세게 터져나오고 있어서 모집단위 세분화가 탄력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 세분화 배경=교육부가 국립대의 모집단위 광역화를 대학별 국고 지원금 배분과 연계하면서 이질적인 학과들이 광역화란 이름 아래 묶였다. 국어국문학과와 영어영문학과를 묶거나, 사학과와 철학과를 묶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광역화한 모집단위에 입학한 뒤 원치 않는 전공을 택하게 된 학생들과 비인기 전공 교수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원하는 전공을 공부하지 못하게 된 학생들이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부산대 건축.도시공학과군은 2002학년도부터 건축학부.도시공학과로 세분화할 계획이다.

부산대 공대 관계자는 "건축학이 기존의 4년제에서 5년제로 바뀌기 때문에 도시공학과와 함께 묶여 있을 수 없다" 며 "모집단위 세분화가 이뤄지면 원하지 않는 전공을 택해야만 하는 일은 사라질 것" 이라고 말했다.

세분화를 요구하는 모집단위는 주로 어문계열, 건축.토목계열 등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李俊求)교수는 "학생들은 돈.취직자리가 몰리는 학과를 원하는 게 현실" 이라며 "전공 선택 폭을 넓혀준다는 모집단위 광역화는 이상일 뿐, 기초학문 고사 현상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고 말했다.

◇ 교육부는 불가=교육부는 일단 모집단위 세분화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집단위 광역화는 학생들에게 전공 탐색 기회를 더 준다는 장점이 있다" 며 "국립대가 요구하는 모집단위 세분화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받아들이기 힘들다" 고 말하고 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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