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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놔둘까, 없앨까 양성종양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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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부산 중구에 사는 송여진(30)씨는 지난해 여름 생리량이 늘고 생리통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지름 6㎝짜리 자궁근종을 발견했다. 의사는 “악성(암)이 아닌 양성종양인 데다 종양 제거과정에서 자궁이 다칠 수 있다”며 “더 두고 보자”고 했다. 송씨는 몸에 생긴 종양을 그냥 둬도 되는지 고민스러워 병원 세 곳을 더 찾아가 의견을 물었다. ‘떼어내자’ ‘지켜보자’로 의사의 의견은 엇갈렸다. 하지만 송씨는그냥 두기로 했다. 그녀는 다소 불안하지만 현재까지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암은 아니라지만 그냥 두려니 찜찜

‘양성종양입니다’. 이렇게 진단을 받으면 암이 아니라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한편으론 왠지 신경이 쓰인다. 떼어내야 할까, 지켜봐야 할까. 병원마다 의견이 다르니 환자가 판단하기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문제는 양성종양이 너무 흔하다는 것.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가 2008년 건강검진 대상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폐결절의 경우 59.4%, 자궁근종 54%, 갑상선결절은 50.1%의 수진자에서 양성종양이 발견됐다. 남성 역시 대장·폐·갑상선에선 두 명 중 한 명꼴로 양성종양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프 참조>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성종양이 왜 생기는지 의학적으로 밝혀지진 않았다. 외부환경과 유전적 요인,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로 추정할 뿐이다. 양성종양은 신체의 모든 부분에서 생길 수 있으며, 발생 위치에 따라 결절·용종·낭종 등으로 부르는 이름도 다르다.

비정상적으로 증식 … 정확한 예측 힘들어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권영훈 교수는 양성종양을 세 가지 특징으로 설명한다. 먼저 분화되는 형태가 정상 세포에 가깝게 규칙적으로 증식한다.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릴 수밖에 없다. 또한 전이되지 않는다. 반면 암세포는 일부 세포가 떨어져나가 혈관이나 림프관을 통해 다른 장기로 이동해 다시 뿌리를 박는다. 마지막으로 양성종양은 다른 조직을 압박할 뿐 파고들어가지 않는다. 권 교수는 “하지만 암덩어리는 점점 자라면서 점막층에서 점막하층, 그리고 근육층으로 파고들어가 뿌리를 뻗어내려 간다”고 말했다.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양성종양은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떼어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 다.

그렇다면 왜 의사마다 치료 가이드가 다를까.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민병훈 교수는 “일반 세포와 달리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세포인 종양이 어떤 식으로 모습을 바꿔나갈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성종양이라도 공식대로 증식하지 않고 부위와 세부 종류 따라 다른 게 문제라는 것이다.

대부분 그냥 두지만 매우 드물게는 암으로

일부 치료 기준이 있는 양성종양도 있다. 위에 발생한 선종성 용종은 4㎝ 이상이면 암이 될 가능성이 40%로 높으니 수술하는 게 좋다. 그러나 확률이 높다는 뜻이지 반드시 그렇진 않기 때문에 일반화하긴 어렵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성석주 교수는 “자궁근종의 경우 크기가 6~7㎝라도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치료를 안 할 수 있고 반면 2~3㎝라도 제거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악성종양으로 발전하는 암도 있다. 대장 선종이 대표적이다. 의사들은 당장은 암이 아니지만 5~10년 후 암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고 권한다.

의사의 판단 하에 맞춤치료를

정모(42·서울 서초구)씨는 지난 1월 건강검진에서 양성종양으로 의심되는 갑상선 혹을 진단받았다. 이후 암 여부를 판별하는 세침흡인세포검사에서도 암이 아닌 선종으로 나타났으나, 의사는 “크기가 2.3㎝로 비교적 크기 때문에 제거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실제 조직을 떼어내 검사한 결과 양성이 아닌 갑상선암인 것으로 밝혀졌다.

 강남차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 박해린 교수는 “초음파나 내시경 등에서 양성종양으로 보였던 것도 막상 조직검사를 해보면 암인 경우가 간혹 있다” 고 말했다.

따라서 양성종양의 치료 여부는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성석주 교수는 “ 확실한 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문의와 의견을 나눠 개인에 맞는 맞춤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이주연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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