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 모습. 이날 집회에서는 민주노총과 경찰의 약속대로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거나 경찰버스와 경찰이 집회 현장을 둘러싸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오후 3시에 시작된 집회는 오후 5시30분쯤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이 집회를 앞두고 민주노총과 서울지방경찰청은 ‘준법집회 양해각서(MOU)’를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폭력 집회를 문서로 약속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가두행진 등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등 기초질서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자체 질서 유지 인력도 배치하겠다고 했다. 경찰 쪽에선 차벽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집회에 참가하는 노조원들을 위해 민주노총 전세버스를 행사장 근처에 주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처음엔 MOU를 놓고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집행부가 준법집회를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내부 강경파들에게 밀려 과거와 같은 폭력 시위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노총에서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투쟁이 필요하면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2월 28일 여의도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선 노조원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 하지만 27일 집회의 경우 “구조조정 분쇄! 노조말살 저지! 민생파탄 MB심판!” 등 구호가 달라지지 않았지만 집회 방식에 있어선 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노력이 두드러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민주노총 집회의 이정표가 될 만한 행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도 큰 집회를 앞두고 경찰과 주최 측이 MOU를 체결하기도 했지만 민주노총과는 쉽지가 않았다”며 “MOU를 맺은 것도, 약속을 지킨 것도 하나의 사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준법집회가 앞으로 열리는 노동계 행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올 1월 취임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달 초 “민주노총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연대·평등·평화를 추구하는 온건한 조직이라는 이미지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강인식·김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