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구멍난 철책, 군 석연찮은 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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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4일 오후 8시쯤 강원도 철원군 전방지역 청송 관측초소(OP)앞 철책선이 가로 30㎝, 세로 50㎝ 정도 절단된 것을 우리 군 순찰병들이 발견했다.

군부대는 이에 따라 비상상황을 알리는 '진돗개 하나' 를 발령했으나 대공 용의점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한 시간 뒤인 9시6분쯤 이를 해제했다.

관할 6사단 관계자는 "기본철책선 안쪽에 있는 중간철책선 일부가 훼손된 것을 순찰병이 발견했다" 며 "합심조가 출동해 확인한 결과 주위에 족적이 없고 전.후방 철책에 이상이 없어 상황을 종료했다" 고 말했다.

군부대측은 또 "1999년 철책 사이의 풀베기 작업(불모지 작업)을 위해 절단해 놓은 것을 사병이 오인해 비상상황이 전파된 것"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군부대는 비상을 발령하면서 검문검색 조치를 취해야 할 경찰에 상황을 통보하지 않아 경찰은 1시간 후인 9시5분에야 전직원을 비상소집해 검문검색에 나서는 등 대응이 늦어졌다.

군부대의 해명대로라면 최전방 지역의 철책선이 수년째 절단된 채 방치돼 왔다는 것이며, 매일 순찰에 나서는 사병들이 지금껏 이를 몰랐다가 이날에서야 뒤늦게 발견해 비상이 발령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군부대가 사건을 축소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더욱이 군부대측은 사태 초기 언론에 "신속히 상황을 전파하는 '고속지령' 훈련으로 철책선 절단 상황이 하달됐는데 이것이 경찰에 잘못 알려진 것" 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실제 상황이었으나 대공 용의점이 없다" 고 번복했다.

철원=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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