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혼탁…미 대선 투표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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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가 2일(현지시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과열.혼탁의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초박빙의 경쟁과 후보 간 인신공격, 대대적인 광고 공세가 양측 지지자들의 대결 심리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 2일 내시빌의 크리이브 홀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연합뉴스=AP)

접전 주인 위스콘신주 밀워키시에선 선거 하루 전날인 1일 새로 유권자로 등록한 2만명의 명단이 시 선관위의 컴퓨터에 올라 있지 않은 사실이 발견돼 시장이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민주당은 고의 누락 의혹을, 공화당은 2만명 중 5500명의 허위 등록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연방 제6순회 항소법원은 2일 오하이오주에서 공화당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공화당 측은 "올해 오하이오 지역에 수천명의 부정 선거권자들이 새로 등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선거감시 요원을 투표소에 배치하자고 요구해 왔다. 반면 민주당 측은 "공화당의 요구는 소수 인종 유권자들이 자유롭게 투표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흑색선전도 기승을 부렸다. 미시간주 랜싱과 디트로이트 등의 시민들은 "케리가 집권하면 동성결혼을 허용할 것"이라는 익명의 전화에 시달렸다. 2000년 대선 때 불과 537표로 승부가 갈린 플로리다에서는 180만명이 사전 투표했다. 뉴욕 포스트는 1일 "죽은 사람의 표가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플로리다에선 하루 평균 455명의 노인이 사망하는데 상당수 노인이 사전 투표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투표 당일 변호사 1만여명을 격전지 중심으로 대기시켰다. 그 중 20%는 플로리다에 배치됐다. 또 비행기 5대를 상시 대기시켰다.공화당은 투표 당일 전국 3만여 선거구에 변호사를 파견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조사에서 미 유권자들은 62%만이 자신의 표가 정확히 집계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답변했다.

당선자 윤곽은 3일 오전 11시쯤(한국시간)에 드러날 전망이다.

한편 2일 공개된 로이터.조그비 공동 조사결과 케리 후보는 주요 10개 주 가운데 아이오와.미시간.미네소타.위스콘신 등 4개 주(총 선거인단 44명)에서, 부시 후보는 네바다.오하이오 등 2개 주(25명)에서 우위를 보였다. 콜로라도.플로리다.뉴멕시코.펜실베이니아 등 4개 주(62명)에선 박빙이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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