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서울] 자투리땅 '쉼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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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출퇴근 시간에 쫓겨 생각없이 지나다니기만 하던 회사 주변 풍경을 여유를 갖고 바라보니 색다른 정감이 느껴져요. 숲속 샘물같은 이런 공간이 늘어난다면 서울 도심의 인상이 확 바뀔 것 같습니다. "

회사원 박범석(31.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점심시간마다 동료들과 함께 들르는 단골 명소가 생겼다. 얼마전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간단한 차와 함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야외 공간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서울 중구 다동 한국관광공사 빌딩 앞 보도에 설치된 야외 카페. 멋진 파라솔과 편안한 의자, 보기에도 시원한 화분들이 놓여 삭막한 도심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고 한다.

지난 2월 문을 연 이 카페와 별도로 관광공사는 빌딩 지하 1층에도 색다른 쉼터를 꾸며 놓았다. 햇빛이 들어오게 만든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하고 보기 좋은 미술품들로 벽을 장식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쉼터 공간을 꾸미고 나니 관광객뿐 아니라 주변 직장인들의 반응이 좋다" 고 말했다.

높은 빌딩과 복잡한 차량, 인파로 붐비는 서울 도심 거리. 잠시 숨을 돌리고 휴식을 취할 공간이 없어 답답한 느낌을 주는 거리에 작은 쉼터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건물 앞 공터 등에 야외 카페를 만들거나 나무와 분수 등으로 조경을 한 뒤 벤치를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최근 신축한 고층 건물들은 건설 당시부터 분위기 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 삭막한 도심 분위기를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서울시도 본관 건물 정문 옆의 담장을 모두 헐고 1백50평 규모의 정보 마당을 조성해 24일 문을 열었다.

이곳에 시정홍보물과 뉴스 등을 제공하는 대형 스크린(LCD)과 서울의 문화관광 인터넷 사이트(http://www.visitseoul.net)를 야외에서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백성호.김성탁 기자

<외국은 이렇게>

영국의 도심지 주택가에는 '스퀘어(square)' 라는 공간이 군데군데 있다. 집 한 채 넓이로 큰 규모는 아니나 푸른 잔디가 깔려 있고 아름드리 나무도 심어져 있다.

여행객들은 하나같이 "뜻밖의 장소에 공원이 있다" 며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이처럼 작은 아이디어로 도시의 숨통을 트고 있는 것이다.

이 공원들은 모두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집터를 활용해 만들었다. 다시 집을 짓지 않고 주민들의 생활 속 쉼터로 조성한 것이다.

또 거리에 늘어선 노천 카페는 프랑스 파리의 대명사다. 높은 빌딩과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 때문에 자칫 건조한 느낌을 주는 도심지에서 노천 카페는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한다.

보도와 맞닿아 있는 파라솔 아래서 커피를 마시거나 신문을 보다보면 어느새 도시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특히 야경을 감상하다보면 노천 카페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된다.

결국 도심의 작은 공간들은 사람과 도시를 하나로 만들어 주는 훌륭한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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