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건물] 서울 혜화동 '메타빌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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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도심에서 건물을 지을 때는 어떻게 하면 크게 지을까를 궁리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대지에 비해 건물이 아담하고 마당까지 조성한 빌딩을 보는 일은 퍽 신선하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골목 안쪽에 자리잡은 메타빌딩이 바로 그런 건물이다. '문화 생산자들의 거점' 이란 간판이 붙어 있는 나즈막한 2층짜리 집에 사물놀이패 '한울림' , 녹음 스튜디오 '난장' , 이 건물을 설계한 '메타건축' 이 입주해 있다.

메타빌딩은 우선 재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노출 콘크리트의 재질감을 살렸다. 또 벽돌로 포장한 마당과 목재로 만든 테라스 형태의 마당이 빌딩과 조화를 이뤄 인상적이다. 이곳에서는 때때로 사물놀이 등 문화행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건물의 전체적인 형태는 합리성을 강조한 모더니즘 계열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설계자는 "무언가 흐트러지고 약간 빈 듯한 엉성함을 도입해 꽉짜인 합리성에서 탈피하고자 시도했다" 고 밝혔다.

'여유' 를 강조한 마당에 대해서는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동숭동의 한 구석에서라도 문화가 살아 숨쉬도록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소엔 이 마당을 주차장으로 주로 사용해 제기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민현식(건축과)교수는 "메타빌딩은 건축도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더 관심을 가지며 공생.공유하는 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고 평했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마당)을 마련하고 때로는 이곳에 공연을 유치해 주변을 살맛나는 동네로 만들어 가는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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