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 일본관광객 도운 '목포의 온정'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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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에 관광 왔다가 쓰러져 죽음을 앞둔 일본인 중환자가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21일 모국으로 돌아갔다. 다케이치 요시(武市善惠.48.여). 지난 2월 입국해 서울 근교를 관광하다 갑작스레 호흡곤란을 일으켜 혼수상태가 됐다.

그는 21일 오전 인공호흡기를 단 채 침대에 누워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 일본 오사카(大阪)로 갔다. 그가 입원했던 목포에서부터 따라온 큰딸 오바 미유키(大場美由木.26)는 연신 한국인들의 온정에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낯 모르는 병든 이방인을 도와주신 한국민들께 감사드립니다. "

다케이치는 쓰러진 직후인 지난 3월 1일 과거 선교활동 중 친분을 쌓았던 목포 시내 한 교회 정모 목사의 도움으로 학교법인 영신학원 목포 중앙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점점 증세가 심해져 의식을 잃은 채 인공호흡과 항생제 치료, 영양제 주사로 생명을 이어왔다.

그의 증상은 중증 폐렴.급성 호흡부전증.영양 결핍증.상부 위장관 출혈.욕창 등 다섯 가지. "임종이 멀지 않았다" 는 의료진의 판정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그가 부담해야할 두달간의 병원비는 4천여만원. 남편도 직업도 없는 그로서는 마련할 수 없는 큰돈이었다. 일본에 두 딸이 있지만 큰딸의 남편도 위암으로 수술을 받은 뒤라 어머니의 병원비를 댈 형편이 못됐다.

지난달 교회를 중심으로 모금이 시작됐다. 목포시민들이 모아준 성금은 4백여만원.

그러나 병원비엔 턱없이 부족했다. 일본대사관을 통해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안 관광업 종사자들(외국인 유치 관광실무자 협의회.회장 안양로)이 뒤이어 이달초 모금을 해 1천4백여만원을 거뒀다. 1천만원을 선뜻 내놓은 익명의 독지가도 있었다.

지난 12일 성금이 도착하자 병원측에서도 2천여만원을 할인해줘 병원비를 완납했다.

며칠 전 뒤늦게 한국에 온 딸들은 "일본에서 임종을 맞겠다" 며 이날 어머니를 모셔갔다. 다케이치의 귀국에는 한국의 의사와 응급구조사가 동행했다.

부산〓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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