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민층 지지 다시 결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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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개혁적 국민정당. " (민주당 金重權대표)

"우린 개혁적 보수정당으로 간다. " (한나라당 李會昌총재)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당의 정체성과 이념을 선명하게 다듬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지세력 총결집에 나선 것" 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 '이념 차별화' 나선 여야=21일 민주당 간부회의.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은 보수로 회귀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서민.중산층 정당을 지향해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겠다" 고 강조했다. 金대표는 "꾸준한 개혁으로 당의 정체성(正體性)을 유지하자" 고 강조했다.

여당의 '정체성 재정비' 는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의 지시에서 시작됐다. 金대통령은 "우리 당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나 개혁과정에서 이들의 어려움이 가중돼 안타깝다" (17일 주례보고 때)며 "정보화 시대 부(富)의 양극화 현상까지 포함, 이들의 보호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라" 고 지시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요즘 'DJ노믹스' 를 가리켜 "일부 자본주의적 성격을 벗어나고 있다" 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일 여.야.정(與.野.政) 3자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참석자들은 "복지문제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사회주의와 다를 게 뭔가" 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재벌정책에서도 "재벌규제 완화.철폐로 투자.경기 활성화" (한나라당)와 "재벌보다 중소.벤처기업의 창의성을 중시해야" (민주당)등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회창 총재는 "우리 당의 이념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정체성은 개혁적인 보수" 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 '지지층 재응집' 대 '개혁 피곤층 결집' =최근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표의 이탈에 고심해왔다.

한 당직자는 "구조조정, 체감경제 침체에 따른 자영업자.실업자의 고통이 전통적 여당 지지층의 이탈을 불렀다" 며 "지지층 재응집을 위한 모종의 결단이 필요했다" 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는 한나라당 李총재의 '메인 스트림론' ( "이 사회의 주류세력이 차기 대선에서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에서부터 최근의 '재벌규제 완화론' 까지의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한 고위 당직자는 "李총재의 엘리트 이미지에 겹쳐 계층간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게 우리 당 판단이다. 이 기회에 뚜렷이 컬러를 대비해 넘어가자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현 정권의 경제.대북.교육 정책에 실망감을 느낀 계층의 결집을 모색하고 있다. 총재실의 한 관계자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정책에 피곤함을 느낀 기업인.교사 등 모든 계층을 포용하겠다는 의미" 라고 李총재의 '개혁적 보수 정당론' 을 설명했다.

◇ 고민과 내부 이견(異見)〓21일 민주당 당직자 회의에선 "보수세력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는 인식을 주도록 용어 사용에 신경써야" (李仁濟.金元基 최고위원), "보수.개혁의 개념은 공허하다. 구체적 정책으로 말해야" (李相洙 총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반면 한나라당 내부에선 "기득권 옹호 정당으로 비춰질 수 있다" 는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최훈.고정애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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