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수 법무·신승남 검찰총장 기용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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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http://www.cwd.go.kr)대통령의 선택은 고육지책(苦肉之策)이지만 정말 의외다. "

21일 김정길(金正吉)법무부 장관을 퇴임시키고 후임에 안동수(安東洙)변호사를 기용한 것을 놓고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고육지책은 '신승남(愼承男.사시 9회.전남 영암)검찰총장 체제 안착' 문제다. 愼총장내정자로 인한 '사정(司正)책임자의 호남 편중 논란' 을 덮기 위해 같은 호남 출신인 金장관을 바꾸고 충남(서천)출신인 安변호사를 기용했다는 것이다.

사정기관 호남 편중 논란의 대상은 신건(辛建.전북 전주)국정원장.안정남(安正男.전남 영암)국세청장.이무영(李茂永.전주)경찰청장.신광옥(辛光玉.광주)청와대 민정수석 등이다.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도 "金장관 교체가 검찰총장 내정자와 동향이란 점을 피하려는 金대통령의 인사원칙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여권 내 여러가지 논란이 있었다. "장.차관은 동향을 피하는 '향피(鄕避)제도' 가 적용돼야 하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다르지 않느냐"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의 영(令)이 서겠느냐" 는 논란이 있었다고 여권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신광옥 수석과 검찰측은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동시 인사에 반대 의견을 건의했으나,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박지원(朴智元)정책기획수석이 '호남 편중' 의 부담을 덜기 위해 법무부 장관 교체 쪽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愼차장에 대한 金대통령의 신임이 상당하다" 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임기 후반 권력 누수를 막고 국정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란 판단 때문" 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金대통령의 핵심 측근도 "이번 인사는 내년 대통령선거는 물론 임기 말까지 金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할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愼총장내정자는 한나라당이 '4년 총장' 이라고 비난할 정도로 차기 검찰총장으로 알려져 왔다. 검찰총장 임기는 2년이지만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때 차장으로서 이미 총장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이다.

특히 安변호사의 기용에 따라 '신승남 총장체제' 의 역할과 무게는 전례 드물게 강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安장관은 평검사 출신이다. 검찰을 떠난 지 26년이 지나 검찰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평검사가 법무부 장관에 발탁된 것은 사례를 찾을 수 없는 파격적인 인사다. 그의 기용은 정치권에 몸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을 선거에서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의원에게 세차례 떨어졌지만 "민주당으로선 어려운 지역에서 고군분투했다는 게 金대통령의 평가" 라고 한다.

따라서 이번 인사의 모양새는 '愼총장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준 것' 으로 나타난 만큼 야당과 검찰의 긴장관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대통령선거를 앞두고 '愼총장 독주체제' '검찰의 중립성' 논란이 정치권에서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국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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