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복지부 정책 실무자들 감싸고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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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의약분업 과정에서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초래했다고 해서 감사원 특감을 받는 보건복지부 정책 실무자들을 민주당이 감싸고 나섰다. 21일 김중권(金重權)대표가 주재한 확대 당직자 회의에서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노무현(盧武鉉)상임고문은 "정책 혼선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나 문제가 복잡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만큼 당 차원의 정치적 조치가 필요하다" 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이 "의약분업의 책임을 하위 공직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이 많다. 우리가 협량(狹量)한 정부인 것처럼 비춰져서는 안된다" 고 거들었다.

회의 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실무 차원의 책임을 묻겠다는 보도에 대해 "당으로선 유감" 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들에는 '현 시점에서 공직 사회를 흔들면 곤란하다' 는 집권당의 고심이 배어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복지부 국.과장을 징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책임 범위를 구체적으로 따지기 힘들 뿐더러 역효과가 걱정된다" 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을 경우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를 촉발해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후반부에 공직사회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을 초래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대선을 앞둔 '관심(官心)잡기' 차원에서도 실무 공무원의 징계는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한나라당에선 "실무자 몇명을 처벌하는 것으로 여당이 책임을 면하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 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金대통령이 사과하고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확전(擴戰)을 꾀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실무 담당 공무원들의 징계 문제는 당정 지도부 책임론으로 연결될 수 있다. 덮어두는 게 차선책" 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런 속내를 감사원에 전달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독립기관인 감사원에 대해 당 쪽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새로운 논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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