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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경쟁력] 고객 마음속 '보통명사' 자리잡은 브랜드 비결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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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엔 상품이 넘쳐난다. 미국 대형 할인점에는 보통 4만 가지 이상의 물품이 쌓여 있지만 손님들이 수시로 찾는 품목은 100~200개에 불과하다. 고객에게 파는 것은 이제 물건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경험이다. 스타벅스가 점심값에 버금가는 커피를 팔 수 있는 것은 장소와 분위기를 함께 팔기 때문이다. 코닥도 더 이상 필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다. 소중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도와주는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그래야 디지털 카메라를 이길 수 있다." (이성규 저 '이헌재식 경영철학' 중에서)

제품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다. 소비자들은 무얼 골라야 할지 혼란을 느끼게 됐다. 바쁜 현대인들이 쇼핑 시간을 절약하려고 흔히 기대는 방법은 눈에 익숙한 상호를 택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품질을 속속들이 알지 못해도 삼성.LG.KT 같은 브랜드를 믿고 물건을 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면 소비자들이 이미 유명 브랜드 값을 지불한 것이나 다름없다. 제록스와 선키스트.미원을 각각 복사기와 오렌지.화학조미료의 보통명사로 소비자들이 착각하기 시작했다면 이들의 브랜드는 이미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브랜드 경영이란 고객의 머릿속에 남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경험들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이다. 특히 손에 잡히는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업종이라면 브랜드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국생산성본부가 2일 내놓은 국내 서비스 관련 업종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는 이에 관한 성적표다.

◆업종별 브랜드 판도=유통, 금융, 통신, 레저, 외식, 의료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19개 서비스군의 대표 브랜드 76개의 브랜드 점수(100점 만점)를 매겼다. 업종별로 시장지배력이 높은 브랜드를 3~5개씩 골라 평가했다. 유통과 통신 관련 업종의 점수가 비교적 높았고 금융, 증권 업종이 낮은 편이었다.

평균 점수가 가장 높은 업종은 종합병원(71)이었고 가장 낮은 업종은 자동차 손해보험(63)이었다. 업종별 1위를 차지한 브랜드 가운데 점수가 가장 높은 것은 이동통신 부문의 SK텔레콤(76)이었다. 테마파크의 에버랜드(75)와 주유소의 SK주유소(74)도 점수가 높은 축에 들었다.

일부 전문업체를 제외하면 삼성.LG.SK.현대.KT.CJ 등 대기업 집단의 브랜드가 여러 업종에서 강세를 보였다. 삼성의 경우 애니카.삼성카드.삼성서울병원.삼성생명.삼성증권 등 금융.증권 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LG는 LG화재.LG카드.LG홈쇼핑.LG칼텍스정유.LG텔레콤 등 금융.유통.통신 업종에서, SK는 SK㈜.SK텔레콤.SK텔링크.SK커뮤니케이션 등 통신.정유 업종에서 강세를 보였다.

CJ 브랜드는 영화관.패밀리 레스토랑이나 TV홈쇼핑 등에서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했다. 브랜드는 자체 품질 뿐 아니라 기업 집단의 지명도가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범위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특정 서비스를 써 본 사람이 안 써 본 사람보다 그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평가 왜 필요한가=외환위기 이후 국내 시장은 세계 유명 다국적 기업의 브랜드에 잠식돼왔다. 해외로 뛰쳐나가 외국 브랜드와 맞서 싸울 경쟁력을 키우기도 전에 국내 기반마저 빼앗기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게다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중견업체들의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나 관리는 아직도 주먹구구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산성본부의 조병탁 브랜드경영센터장은 "브랜드 경영의 출발점은 현재의 위상을 정확히 파악해 무엇이 부족한지 깨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NBCI라는 지수 모델은 이를 위한 잣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NBCI는 ▶소비자가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어떻게 느끼는지▶브랜드와 소비자의 친밀도(브랜드 인지도, 이미지 등)는 어떤지▶브랜드 충성도와 제품 또는 서비스를 다시 구매하려는 의사 간에 얼마나 연관이 많은지 등을 조목조목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조사대상 브랜드들은 자기 서비스의 브랜드뿐 아니라 경쟁 브랜드의 장단점을 배워 전략적 브랜드 관리를 할 수 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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