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광고 인생 31년 작품전 여는 윤석태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돌이켜보면 인정이 물씬 풍기는 우리 생활 주변의 휴머니티가 최고의 소재였습니다. "

22일부터 닷새간 한국프레스센터 서울갤러리에서 광고 인생 31년을 정리하는 TV-CF 작품전을 여는 윤석태(64)경주대 석좌교수. 尹교수는 "광고는 인간미를 30여초 만에 전달하는 예술" 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69년 국내 첫 광고회사인 만보사(오리콤 전신)에 입사해 10년간 제작자로 일했다. 이후 국내 최대 CF제작사인 세종문화를 설립해 21년간 현장에서 광고를 만들어왔다.

그는 '오직 그것뿐 산뜻한 그맛' 으로 알려진 코카콜라의 해변 광고로 데뷔한 뒤 지난해 7월 한국투자신탁의 '소나기편' 까지 무려 6백63편을 제작했다.

이는 국내 최고기록이며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실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직업이라기보다는 좋기 때문에 광고를 제작했죠. 외박이 잦아 가족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

尹교수는 수백 명의 광고모델 중 가장 인연이 깊은 사람으로 탤런트 김혜자씨를 꼽았다.

"김혜자씨와 15년 동안 제일제당 '고향의 맛 다시다' 광고를 매년 네 편 이상 찍었으니 모두 80편이 넘네요. 그에겐 천부적인 연예인 재질이 있습디다. 다시다 국물을 맛보는 장면을 10여분 만에 제작한 적도 있습니다. "

그는 TV광고에 동물을 등장시킨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개를 좋아해 업계에서 '개가 등장하는 광고는 윤석태 작품' 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77년 오리콤에서 국장이 됐을 때는 다섯편밖에 제작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회사에서 '국장이 무슨 제작이냐. 관리를 하라' 고 지시하더군요. 그래서 오리콤을 나오게 됐죠. "

6백여편의 광고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94년 한 해 동안 나갔던 경동보일러의 '효(孝)시리즈' 다.

87년 대통령 선거 때는 노태우.김영삼 후보의 광고를 제작했고, 91년 백두산을 가장 먼저 광고 소재로 쓰기도 했다.

"2003년 완공 예정으로 경주대에 광고박물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광고사료나 옛날 라디오.TV 등을 갖고 있는 분은 기증해 주셨으면 합니다. (연락처 02-553-5810)"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