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미혼모 도운 고 최해자씨 삶 배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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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4월 우리 파출소 관내에서 아름답게 삶을 마감한 한 여성이 있었다.

뇌성마비 1급 장애자로 하루하루 병마와 싸우면서도 오갈 데 없는 교도소 출소자와 미혼모들을 돌보다 57세의 나이로 타계한 고 최해자씨가 그 주인공이다. 어렸을 때 뇌성마비를 앓아 자신이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였지만 오랫동안 미혼모들의 수발을 들어주며 재활할 수 있도록 돌봐왔다.

건강 때문에 미혼모를 돌보기가 힘들게 된 뒤에는 출소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는 사재를 털어 서울 발산동에 집을 한 채 마련한 뒤 그들의 자립을 도왔다.

지난해 건강이 더 나빠진 뒤로는 출소자들을 거두지 못하고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와 재산을 가톨릭 재단의 수녀원에 기증했으며 장기 기증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선행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은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투병하는 동안 봉사활동을 하는 교우들을 제외하곤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홀로 숨을 거뒀다. 언제 사망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바람에 그가 그토록 원하던 장기 기증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의 삶은 사랑과 봉사를 실천한 신앙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다시 한번 세상을 떠난 고 최해자님께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싶다.

남신웅.서울 강서경찰서 가양2동 파출소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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