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 우파 상원 과반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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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파 정부로의 회귀가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 13일(현지시간)의 이탈리아 총선에서 언론재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 '자유의 집' 이 일단 상원 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파 연합은 총 6백30석인 하원 의원 선거에서도 과반수를 획득할 경우 선거에서 최종 승리,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게 된다. 하원에서는 컴퓨터 예측 결과 '자유의 집' 이 3백30~3백65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14일 오후 2시 현재 개표 상황을 잠정 집계한 결과 상원 의원 선거에서 우파 연합이 총 3백15석 중 최소 1백61석을 확보해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현 집권 세력인 좌파 연합 '올리브 나무' 는 1백10석을 얻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올리브 나무' 의 프란체스코 루텔리 당수는 14일 오후 "우파 연합의 승리는 정당한 것" 이라며 사실상 패배를 시인했다.

◇ 박빙의 선거 판도=일단 '자유의 집' 은 당초 예상대로 상원 선거에서 무난히 과반수를 확보했다.

그러나 총리 선출을 위해서는 상.하 양원에서 모두 과반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하원의 최종 개표 결과가 승리를 판가름하게 된다.

당초 이탈리아 국영 방송의 출구조사 결과 '자유의 집' 은 하원에서 45.4%를, '올리브 나무' 는 43.7%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돼 박빙의 싸움을 예고했다. 이는 어느 쪽도 과반수에 못미치는 것이다.

우파연합의 경우 베를루스코니의 전진이탈리아당이 30%의 득표율을 올리며 선전한데 비해 북부동맹 등 나머지 정당들은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의 집' 은 1999년 이후 유럽의회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승했고 이번에도 선거전 중반까지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에 들어 유럽 각국의 언론들이 일제히 베를루스코니 후보의 부패 의혹과 언론 및 각종 이권 장악 가능성 등을 선거 막판 쟁점으로 집중 거론하는 바람에 좌우 양 진영의 격차가 좁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 좌파 퇴조의 서곡인가=베를루스코니의 승리가 거의 확정되면서 이탈리아에선 5년 만에 우파 정부가 재등장하게 됐다. 때문에 유럽 일부 언론은 이번 선거결과가 시장경제와 사회정의의 병행을 추구하는 '제3의 길' 을 내세워 90년대 중반 이후 유럽정치를 주도해온 중도좌파세력의 퇴조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가운데 12개국이 좌파 정부 또는 좌우 동거정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영국.독일 등 중도좌파 정부는 잇따라 규제완화와 감세, 민영화 등 '우파적' 정책을 취하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후보는 레이건과 대처 방식의 보수주의 노선을 내세우고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 인기를 모았다.

유럽 각국은 특히 우파 '자유의 집' 에 이민 반대정책 등 보수색이 짙은 정책을 주장하는 '북부동맹' 과 무솔리니 시대 파시스트 정당의 후신 격인 '국민동맹' 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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