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피의 총선'… 83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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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4일(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치러진 필리핀 총선 및 지방선거가 사상 유례없이 피로 얼룩진 채 끝났다.

투표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선거에 반대하는 이슬람 분리주의 게릴라와 정부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져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지금까지 선거 관련 폭력으로 모두 8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1998년 선거에서 38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해 폭력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이슬람 반군의 로켓포 공격을 받은 남부 마타노그에서는 투표가 중단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폭력사태뿐 아니라 선거부정도 극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선거를 위한 시민운동(Namfrel)' 은 25만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단체에 따르면 한사람이 여러번 투표하는 이중투표가 여기저기서 발견됐으며 일부 선거구에선 유권자가 선거인명부에 자신의 이름이 없는 사실을 발견하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반부패특별법원은 수감 중 마닐라 병원으로 일시 거처를 옮긴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이 고향인 산 후안의 투표소에 가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전날의 결정을 번복하고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병원에서 투표토록 했다. 에스트라다는 "유권자들이 저항의 목소리를 표현해주기 바란다" 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산 후안에서는 총기소지자 등 68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고향인 마닐라 북쪽 루바오에서 한표를 행사하면서 "투표가 평화적으로 진행되길 기원하며 모든 국민이 양심에 따라 투표하길 바란다" 고 말했다.

선거결과는 이르면 2~3일 안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며 필리핀 선관위는 2주 후 공식 개표결과를 발표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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