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 현대그룹 회장단 사업영역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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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와 '친정' 격인 현대그룹 계열사간에 사업영역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명실상부한 계열분리를 위해 현대 계열사에 맡겼던 완성차 운송.광고대행.전산업무를 떼내 가져오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관련 회사들간에 이해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현대차의 자회사로 출범한 종합물류회사 한국로지텍은 최근 영업에 들어가면서 배를 빌리는 용선을 통해 기존 현대상선이 대행하는 완성차 운송의 대행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로지텍은 사업목적에도 '완성차 수출 및 부품.상품 수출입' 을 명시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현대.기아차 물량의 80%인 90만대를 해외로 운송, 전체 매출액의 15%에 해당하는 5천억원의 운송수입을 올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로지텍을 빨리 키우고 운송비 부담도 덜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측은 "현대상선이 세계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가 완성차 수송물량을 한국로지텍에 일부라도 주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양측은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최근 이계안 현대차 사장과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이 만나 현대상선이 완성차 운송을 맡는 기존 체제를 당분간 유지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또 전산 용역비로 연간 1천억원을 지불하는 현대정보기술과 3년간 계약을 파기하고 하반기에 자회사 오토에버닷컴(http://www.autoever.com)으로 전산실 인력의 이관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산실이 별도로 있었으나 1999년 현대차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 쪽으로 넘어가면서 현대정보기술에 전산 용역을 맡겼었다.

그러나 계열분리가 된 만큼 경영의 속사정까지 알 수 있는 전산정보를 현대그룹에 계속 맡기기는 곤란하다는 게 현대차의 입장이다.

현대차는 또 금강기획이 대행 중인 광고도 2~3년 내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금강기획의 대주주인 영국 CCG그룹은 두 그룹의 갈등을 막기 위해 정몽헌 회장 계열인 채수삼 대표이사 사장과는 별도로 현대차 부문을 독립시켜 현대차 출신의 채갑병씨를 사장급으로 영입했다.

금강기획측은 "최대 광고주인 현대차에 대한 서비스" 라며 "분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고 주장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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