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우선정책 '유탄' 북한인문학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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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의 위기' 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서도 인문학 분야의 침체가 두드러지고 있다.

북한의 각 대학들은 요즘들어 인문학보다는 자연과학 연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교수.학생들의 논문이 실리는 '김일성종합대학 학보' 지난해치를 분석해 보면 인문학보다는 자연과학쪽 논문이 30% 정도 더 많았다.

특히 인문학 계열의 논문 가운데서도 '영어 컴퓨터 용어의 일반적 특성' , '국제 민사소송 제기 단계에서의 재판소 선정문제에 대한 고찰' 등 컴퓨터산업 육성 및 개방정책과 관계가 있는 내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경제강국의 건설은 과학기술의 선진화로 이룩해야 한다' 는 북한당국의 과학기술 선진화정책이 교육분야에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 종이가 부족해 자연과학.첨단과학 분야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인문학 분야는 연구를 해도 제대로 논문집 등을 인쇄하지 못하는 것이 또 다른 요인이라고 한다.

지난 3월 북한을 방문한 한 역사학자는 "북한도 과학기술 분야에 주력해 날이 갈수록 역사.철학 등 인문학 분야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다는 얘기를 북측 학자로부터 들었다" 며 "남북한의 순수학문 활성화를 위해 인문학 분야의 교류를 추진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라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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