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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 비리 '예방 주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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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사관저에서 만찬을 하면서 참석자 몇명 부풀려 챙긴 몇백달러가 (조직 운영에) 그렇게 큰 보탬이 됩니까."

지난해 말 외교통상부 내부통신망에 한 직원이 올린 글이다. 해외 공관이 연회 경비를 부풀리거나 다른 곳에 쓰고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행태를 꼬집은 내용이었다. 내부에선 이렇게 회식비를 부풀리는 수법을 '밥 장사'라고 부른다.

2000년 이후 28건이나 적발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재외공관의 연회 경비에 대해 전면적인 실비 정산제가 도입돼 '밥 장사'가 쉽지 않게 된다.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는 1일 외교부.재정경제부 등 89개 행정기관에 부패를 유발할 요인이 있어 손질이 필요한 450개 과제와 그 개선 방향을 확정해 통보했다.

건설 분야의 경우 부적절한 설계변경을 통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경우가 많다. 건설교통부 산하 기관이 2000년 이후 발주한 관급공사에서 건당 평균 5.8회나 설계 변경이 있었다. 이에 따라 공사비만 10조원이 늘어났다. 부방위는 이를 고치기 위해 설계변경이 가능한 기준을 정하고 설계단가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개선 방안 등을 확정했다.

예체능 입시의 경우 학원 과외 등을 통해 학생과 대학 교수가 사전에 접촉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이를 막기 위해 부방위와 교육부는 부정 입시에 연루된 교수는 정부 연구비 신청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수협 조합장 선거를 둘러싼 부패 소지도 지적됐다. 이들 선거가 자체 관리로 치러지면서 돈봉투 돌리기 등 불법이 성행해 왔다. 농협의 경우 선거를 둘러싼 민.형사 소송만 2002년 이후 39건에 이른다. 이에 대한 개선 방향으로 선거 관리 업무를 지역 선거관리위윈회로 옮기는 방안이 확정됐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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