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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 계열분리 추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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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하이닉스반도체가 '선(先) 소유권 이전.후(後)처분' 방식의 계열 분리를 추진하게 된 것은 채권단과 약속한 대로 6월 안에 외자유치와 계열분리를 동시에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가 매각 손실을 보는 것을 막고 회사가 정상화될 경우 옛 대주주에게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측면도 있다.

외자유치가 자금을 조달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필요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하기 위한 것이라면 계열분리는 떨어진 이미지를 회복하고 채권단의 지원에 따른 특혜 시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채권단은 기대한다.

◇ 계열사 지분 완전 매각=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일단 기존 대주주가 지분을 줄여 임원선임 등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없애야 한다. 상장회사의 경우 친족 분리(친족이 대주주가 되어 계열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를 위해서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3% 이내로 낮춰야 한다.

그런데 하이닉스반도체는 외자유치를 통해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하므로 공정거래법상의 단순한 계열분리 요건(30% 이상 최다 출자자가 아닐 것과 지배력 행사금지)을 갖추면 된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와 공동으로 지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채권단은 보유 주식의 완전 매각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 등 3개사는 이미 보유주식 매각이 끝날 때까지 회사에 대한 경영권 및 의결권을 포기한다는 확인서를 외환은행에 제출한 상태다.

◇ 당장 매각하면 계열사 9천억원 손실=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밝힌 하이닉스반도체 보유주식과 취득원가는 ▶현대중공업 3천4백37만주에 5천9백28억원▶현대상선 4천4백35만주에 5천7백56억원▶현대엘리베이터 5백71만주에 8백42억원 등이다.

만약 현 시가(11일 종가 4천35원)로 팔면 ▶현대중공업 4천5백억원▶현대상선 3천9백억원▶현대엘리베이터 6백억원 등 총 9천억원의 매각 손실을 보게 된다.

이들 회사는 지난해 대차대조표상에 평가손실을 반영했지만 매각이 완료되면 손실이 확정돼 올해 실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고 해외 투자자가 이 지분을 시가보다 턱없이 높은 가격으로 매입할 리는 없다.

그래서 소유권을 해외 투자자 앞으로 돌려 놓아 일단 계열분리 요건에 맞추되 외자유치에 따라 회사가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 주가가 오르면 그때 팔아 대금을 정산하기로 한 것이다.

◇ 지급보증 관계=공정거래법상 지급보증은 국내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보증을 선 것이다. 현대 계열사들의 보증은 계열분리 요건에 직접 저촉되진 않을 것으로 보이나 공정거래위가 이를 통한 지배력행사 여부를 어떻게 판정하느냐가 변수다. 채권단 관계자는 "외자유치가 이뤄지면 하이닉스반도체가 해외 부분의 문제도 함께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고 전했다.

◇ 해외 투자자는 누구=하이닉스반도체 전인백 부사장은 지난달 "반도체업에 관심이 있는 3~4개 해외 투자자들이 실사 작업을 하고 있으며 1대 주주가 현대 계열사 주식과 해외주식예탁증서(DR) 일부를 인수할 것" 이라고 밝혔다.

세계 굴지의 컴퓨터 회사와 대만계 자금의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매각 협상은 비밀에 부쳐져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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