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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영화] SBS '주노명 베이커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주노명 베이커리 (SBS 밤 10시50분)=불륜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두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 드라마다. 스와핑(부부교환섹스)에서 차용한 소재가 다소 파격적이긴 하지만 이를 노골적으로 묘사하기 보다 가벼운 웃음으로 넘길 수 있도록 우회하고 있다.

빵을 굽기 때문에 행복한 남자 주노명(최민수). 어느날 아내(황신혜)가 깊은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본다. 노명은 아내의 미소를 찾아주기 위해 별의별 노력을 다 하나 실패만 거듭한다.

그런데 아내가 삼류소설가인 손님 무석(여균동)과 몇마디를 나누고는 즐거워 하는게 아닌가. 노명은 아내를 위해 무석과의 만남을 주선하는데 그러다 엉뚱하게도 노명까지 무석의 아내 해숙(이미연)과 사랑에 빠진다.

때론 남의 빵이 더 맛있어 보인다는 '일탈' 을 그린 이 영화는 역설적으로 '불륜의 쾌락' 보다는 '부부간의 사랑 회복' 에 방점이 찍혀있다. 용납할 수 없는 불륜이지만 소화하기에 따라서 부부 사랑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믹물인 만큼 가벼운 잔재미가 곳곳에 배치돼 있고 발상이 신선하다. 하지만 '웃기고 봐야 한다' 는 강박 때문인지 상황 설정이나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가볍다.

어떻게하면 아내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는 애처가 최민수의 코믹 연기나 아파트 복도까지 나와 사정없이 남편을 후려갈기는 깡패같은 아내 이미연의 선전은 기억에 남을 만하다.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해 '구미호' '진짜 사나이' 를 연출했던 박헌수 감독의 세번째 영화다. 2000년작.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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