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중세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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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가 기억하는 서양의 중세(中世)는 신(神)의 시계만이 작동하던 암흑의 시대였다. 르네상스가 열어젖혔다고 생각한 중세의 그늘은 늘 이런 식으로 묘사됐다.

그러나 포스트모던시대에 중세는 근대의 대안처럼 다가선다. 영토국가가 와해되는 세계화시대를 '신중세시대' 라고 말하며 종횡적(縱橫的) 네트워크 사회의 원형을 거기서 찾으려 한다. 국내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다.

이 책은 중세에도 인간의 숨소리가 작동했으며, 따라서 이런 '밝은 중세' 의 모습을 모두 여덟명의 인물을 통해 리얼하게 보여준다.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황후, 교부철학의 대부인 아우구스티누스 등이 등장하고, '카노사의 굴욕' 을 불러온 교회 개혁가 움베르트도 나온다.

저명한 중세사가에 의해 격동의 천년 중세와 이 가운데의 인간들이 드라마틱하게 묘사된 성공적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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