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위스 기업도시 추크, 시골마을이 '세계 최고 부자도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스위스 중부 추크호(湖) 북동연안에 있는 추크는 작은 시골 도시지만 세계 최고의 경쟁력으로 기업과 부자들이 북적댄다.

인구는 2만2000여명에 불과하지만 기업은 1만8000여개인 '기업도시'이자 시민 다섯명 가운데 한명은 외국인인 '국제도시'이기도 하다.

추크의 1인당 소득은 6만달러에 달한다. 국민소득이 세계 4위(3만9880달러.지난해 기준)인 스위스에서도 가장 높다.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버뮤다(4만5000달러)보다 30%가량 많다. 유럽 경제 전문가들은 추크를 세계 최고의 부자 도시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시골 마을에서 산업도시로='어망을 잡아당긴다'는 뜻의 독일어인 'zug'에서 도시명이 유래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추크는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어업.농업이 주류를 이루던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주정부가 1946년부터 꾸준히 펼친 낮은 세금 정책이 20여년 전부터 외국인과 외국 기업의 눈길을 끌면서 추크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 20년 사이 기업 수는 두배로 늘었으며 기업의 '질'도 낙농.어업에서 전자.무역.서비스업종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농업부문이 추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그쳤다. 전자산업(30%)과 무역.서비스(67%)부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외국인도 크게 늘었다. 도시 내 외국인은 19.9%에 달한다. 지난 10년 동안 늘어난 인구의 65%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도매점.할인점.자동차대리점 등 새 업종도 늘었고, 덩달아 일자리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이곳의 실업률은 2.7%로 스위스 평균(4.1%)보다 훨씬 낮았다.

?낮은 세금, 높은 삶의 질로 인기=윔블던 테니스를 3회 제패한 보리스 베커, 세계 5위의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의 다니엘 바젤라 회장이 추크 시민이다. 영국의 석유회사 셸, 독일의 종합화학회사 바스프, 다국적 생활용품회사 존슨앤드존슨 등도 이곳에 자회사나 지주회사를 두고 있다.

외국 기업 러시로 추크는 기업 수가 인구보다 약간 많은 '기업 반, 사람 반'인 도시가 됐다. 여기에는 추크의 낮은 세율과 지주회사 우대 정책이 한몫했다. 추크는 법인세가 16.3%로 영국.프랑스의 절반, 미국.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주회사는 여기서 4~7%의 세금을 더 깎아준다. 개인 소득세도 최대 12.5%에 불과해 인근 취리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추크시 세무담당자 휴고 비센은 "추크시 기업의 절반가량이 주소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라며 "세금을 덜 내기 위한 기업이 몰려든 게 추크시를 기업 반, 사람 반인 도시로 만든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서류상 기업밖에 끌어들이지 못한다. 추크는 외국 부자까지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우선 회사 설립비용이 최소 500만원에 설립기간도 3~15일에 불과하다.

외국인이 사업상 기업이나 부동산을 사는 데 제약도 거의 없다. 노조가 없어 노사 분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