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영화 '북경자전거' 왕샤오솨이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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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공동경비구역JSA' 가 올랐을 때 한국 영화인들이 보인 열의에 감탄했는데, 직접 와보니 관객들의 열기는 더 대단한 것 같네요. "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북경 자전거' 로 은곰상인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중국 감독 왕샤오솨이(35.王小帥).

지난주 5일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국 영화의 열기가 정말 부럽다" 고 말했다.

1993년 분열된 현대사회를 비판한 '나날들' 로 데뷔한 王감독은 장이머우.첸카이거 등의 맥을 잇는 중국 6세대 대표 감독. 전주 국제영화제에서도 가장 관심을 끌었다. 그는 관객들의 투표로 전주시민상 수상자로 뽑혔고 그의 영화가 전북대 문화관에서 상영될 때는 1천8백여 좌석이 꽉 찼다.

이 작품의 내용은 자전거 한 대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열일곱살인 두 주인공이 심한 갈등을 빚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과 우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자전거는 과거 중국인들이 갖고 싶어하는 재산 목록 1호였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중국 전통의 가치가 상실돼가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전거에 집착하는 청소년의 성장과정을 통해 잃어버린 것에 대한 가치 회복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면서도 젊은 시절의 순수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북경 자전거' 는 자칫 더럽고 어지럽게 비칠 수 있는 베이징 뒷골목의 정취를 아름답게 승화한 작품이다. 그러나 현재 이 영화는 베이징의 화려한 면을 보여주지 않고 더럽고 누추한 뒷골목에 카메라를 들이댔다는 이유로 중국 검열국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엔 8월 개봉 예정이다.

그는 "중국에선 관객이 아닌 정부가 영화를 평가한다" 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아시아 영화의 흐름을 이렇게 진단했다. "요즘 아시아 영화는 고전적인 수법으로 고유한 풍습과 전통을 얘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할리우드 영화에선 볼 수 없는 대목으로 여기에 발전 가능성이 숨어있습니다. "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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